100일 넘도록 지지부진한 수사에 분통…유족들과 시민단체, 자체 진상조사위 발족[아듀 2023 송년 기획-오송 지하차도 참사 그 후]
행복청 공무원 3명 등 영장 기각
제방 공사 현장소장·감리단장만
참사 발생 159일 만 첫 구속 기소
“검찰 수사는 부실 제방에 초점
유족들은 단체장 처벌을 원해
중대재해법 적용되도록 노력”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사에 착수한 지 100여일이 지났지만, 현재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는 현장 감리단장 1명뿐이다. 참사 당시 부실대응으로 일관해온 충북도와 청주시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유족들은 최근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청주지검은 지난 7월15일 오송 참사가 발생한 이후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대상은 총 42명에 이른다. 국무조정실이 의뢰한 36명과 생존자·유족 측에서 고소·고발한 기관장 6명 등이 이번 참사로 입건 대상에 오른 피의자들이다. 관련 기관에서 압수한 휴대전화도 200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영장 기각도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검찰은 시공사 건설 책임자, 감리단장,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과장 및 공사관리관 3명 등 모두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등 2명만 구속됐다. 행복청 소속 공무원 3명 등 5명 영장은 기각됐다.
첫 구속기소는 참사 발생 159일 만인 지난 22일에서야 이뤄졌다. 미호강 임시제방 공사 현장을 관리·감독하는 감리단장 A씨다. A씨는 시공사가 오송∼청주 도로 확장공사 편의를 위해 기존 제방을 불법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아올린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 및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족들 요구에 따라 지난 7월24일과 지난 19일 두 차례에 걸쳐 충북도와 청주시를 압수수색해 참사가 일어난 지난 7월15일 전후로 사고 상황 전파 및 안전 조처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두 기관의 부실대응과 제방과의 관련성을 따져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린다는 것이 검찰 계획이다. 충북지사와 청주시장 등 단체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는 내년 초쯤으로 예상된다.
검찰 수사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오송 참사 유족·생존자와 시민단체들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20일 오송 참사 시민진상조사위원회를 발족한 이들은 생존자와 지역 주민의 증언을 기록하고 언론기사 등의 자료를 활용해 진상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내년 1월31일쯤 참사 원인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3월엔 재발 방지 대책과 피해자지원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시민진상조사위원회에 참여 중인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검찰 수사가 충북도와 청주시가 아닌 현장 감리단장 등 부실제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유족들이 단체장 처벌을 원하고 있는 만큼 위원회 활동을 통해 이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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