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통 느끼는데 뿔 자르고 생피까지…잔혹한 사슴농장
성탄절마다 사람들에게 기쁨을 더해주는 동물이 사슴일 텐데, 정작 사슴들은 사람 때문에 고통을 받기도 합니다. 국내 사슴 농장에서 마취도 제대로 안 된 걸로 보이는 사슴의 뿔을 자르고, 그 자리에서 사슴피를 받아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서효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남 장흥에 있는 사슴농장입니다.
누군가 약을 주사하자 사슴이 머리를 가누지 못하고 힘없이 고꾸라집니다.
쓰러진 사슴이 몸을 들썩이자 작업자가 툭툭 발로 찹니다.
다른 작업자가 사슴의 입을 발로 누르자 칼질이 시작됩니다.
밑에는 쏟아지는 피를 담는 대야가 놓여있습니다.
수십번의 칼질 끝에 뿔이 잘렸습니다.
매년 6월이 되면 사슴이 겪는 일입니다.
이렇다보니 이상행동도 보입니다.
우리 안을 빙빙 돌고 쇠막대를 핥고 씹기까지 합니다.
충남 예산에 있는 또다른 농장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뿔이 잘려나간 사슴이 숨을 가쁘게 쉬고 있습니다.
자극에 반응하듯 몸을 움찔거립니다.
작업자들은 뿔에서 나온 생피를 주전자에 담습니다.
국자로 퍼서 함께 나눠 마시기도 합니다.
[더 먹어. 더 먹어.]
국제 동물 보호 단체 피타는 사슴 뿔을 자르는 시기인 지난 6월 농장에 잠입해 영상을 찍었습니다.
피타 측은 동물 학대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사슴이 고통을 느끼는 상태에서 뿔을 잘랐다는 겁니다.
[A씨/피타 조사관 : 진정제를 세 방 네 방 놨었는데도 (마취가) 안 됐었어요. 일단 방문객들은 기다리고 계시고요. 빨리 작업을 해야 되는 거겠죠.]
생피를 나눠 마시는 건 식품위생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도 했습니다.
[A씨/피타 조사관 : 세숫대야 있죠. 거기에 (피가) 가득 찹니다. 비타민C 맛 나는 그런 구연산 같은 거 섞어서 음료처럼.]
해당 농장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사슴이 움찔거리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주장합니다.
[농장 관계자 : 자기도 모르게 반사 작용을 한다고. 약간은 꿈틀거려야 정상이에요.]
마취를 너무 세게 하면 사슴이 죽을 수도 있다고도 했습니다.
전문가 의견은 다릅니다.
[라케시 치토라/야생동물 전담 수의사 : 영상 속 사슴들은 다리를 움직이고 일어서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마취를 했으면 근육의 움직임이 아예 없어야 합니다. 의식이 있고 고통을 느끼는 상태입니다.]
농장 측은 녹용의 품질을 위해서라도 좋은 환경에서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슴 피는 녹용을 사러온 사람들과 나눠 먹었을 뿐 팔진 않았기 때문에 식품위생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한국사슴협회 측은 "마취를 위해 수의사가 매번 참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다만 "생피를 먹는 건 협회에서도 권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돈을 받지 않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했다면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했습니다.
[화면제공 동물보호단체 PETA]
[영상디자인 강아람 / 취재지원 서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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