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인공지능(AI)은 태생적 좌파?

강경희 기자 2023. 12. 2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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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대표적인 우파 인사인 일론 머스크가 선보인 AI(인공지능) 챗봇 ‘그록’이 좌파 성향을 드러내 우파들을 화나게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록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중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 “이슬람 세계의 빈곤은 서방 착취 탓” 같은 답변을 내놔 출시 2주 만에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심지어 그록은 트럼프를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5명에, 바이든을 최고의 대통령 5명에 포함시켰다. 챗GPT의 좌(左) 편향을 바로잡겠다던 머스크의 의도가 무색해진 것이다. 당황한 머스크는 AI의 훈련 기반인 인터넷이 심한 좌편향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생성형 AI ‘챗GPT’가 등장한 이래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AI의 정치적 편향이 민감한 주제로 떠올랐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에 따르면 챗GPT는 이념형 질문 60개에 대해 미국 민주당, 영국 노동당, 브라질의 룰라 지지자 등 좌파에 가까운 대답을 내놨다. 챗GPT뿐 아니라 구글의 AI 챗봇 ‘바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어리석은 짓”이라고 영국 노동당 같은 답변을 했다. 또 노동당은 “사회 정의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오랜 역사를 가졌다”고 긍정 평가하고, 보수당은 “부유한 집단만 대변하는 그룹”이라고 부정 평가했다.

▶AI별로 정치 성향이 차이 난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와 워싱턴대, 중국 시안교통대가 14개 AI의 정치적 편향성을 조사해 챗GPT는 좌파, 구글의 버트는 중도, 메타의 라마는 우파로 분류했다. AI 챗봇이 내놓는 선거 관련 정보의 30%가 오답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AI별 한국 정치 성향을 알아보려고 ‘최악’ ‘최고’ 대통령을 5명씩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챗GPT4는 ‘최고의 대통령’으로 ‘김대중, 노무현, 박정희, 이승만, 이명박’을, ‘최악의 대통령’으로 ‘전두환, 박정희, 박근혜, 이명박, 노태우’를 꼽았다. 구글의 바드는 최고의 대통령에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최악의 대통령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을 꼽았다. 그런데 바드는 ‘박정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진압에도 책임이 있다’ ‘이명박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해 기초 사실조차 엉터리였다.

▶2024년은 미국 대선, 한국 총선 등 세계 40여 국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가뜩이나 양분화된 정치 지형에, AI의 정치적 편향성까지 가세하면 화합은커녕 세상이 더 쪼개질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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