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지키면 연속 밤샘도 용인…“11시간 휴식 보장해야”

김해정 2023. 12. 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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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전문가들은 '11시간 연속휴식제' 도입 등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25일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라 주당 노동일수는 적지만 하루 긴 시간 집중적으로 일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을 사업주가 종전보다 손쉽게 늘릴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법을 개정해 '11시간 연속휴식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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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장근로 주단위 계산 제시
대학생 단체가 지난 2020년 2월 오후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요구하는 택배상자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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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만 넘지 않으면 하루 최장 21.5시간 노동도 위법하지 않다고 본 대법원 판단으로, 교대제로 일하는 제조업 생산직 등의 장시간 집중노동으로 ‘돌발 과로’가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 전문가들은 ‘11시간 연속휴식제’ 도입 등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25일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라 주당 노동일수는 적지만 하루 긴 시간 집중적으로 일하는 이들의 노동시간을 사업주가 종전보다 손쉽게 늘릴 수 있다고 짚었다. 그동안 노동현장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특별연장근로 등을 통해 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에서 64시간으로 늘린 뒤 이 한도 안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에 따라 정부 인가 등을 거치지 않아도 주 52시간 안에서 하루 노동시간을 최장 21.5시간(24시간 중 휴게시간 제외)으로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한겨레에 “(대법원 판단이 현장에 적용되면) 제조업 생산, 경비업, 병원 등 24시간 교대제 근무를 하는 노동자 하루 노동시간이 들쑥날쑥하게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감에 따라 하루 노동시간이 늘었다 줄었다는 하는 상황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제조업 하청업체에선 주야 2교대제로 하루 10시간씩 주 5일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8시간에 추가로 2시간 더 일하는 방식이다. 이는 노동부 지침에 따라 하루 8시간을 초과한 노동시간 합이 1주일당 12시간 이하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대법원 계산식에 따르면 주 5일 가운데 이틀은 하루 15시간(1일 8시간+7시간 연장근로) 일하고, 나머지 3일은 7.3시간 노동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1주일 총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아 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종진 소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중요하게 꼽는 노동 조건은 규칙적인 노동시간”이라며 “일이 몰릴 때 노동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 과로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노동시간 급증 등 발병 전 단기간 업무부담이 늘어나 뇌혈관·심장혈관에 영향을 주는 경우 등을 ‘돌발 과로’의 인정 요건 중 하나로 본다. 대법원 판단에 따르면 하루 21.5시간씩 이틀 연속 일하고 쉬는 극단적인 노동이 가능한 만큼 과로 산재가 늘 수 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노무사도 “법적으로 연장근로 시간 위반이 아닌데도 과로 산재로는 인정되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하루 연장노동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근로기준법의 허점을 드러냈다. ‘1일 8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정했지만, 정작 하루 연장근로 한도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을 개정해 ‘11시간 연속휴식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온다. 근로일 사이 최소 11시간은 쉴 수 있도록 해 하루 연장근로 상한을 13시간까지 제한하자는 의미다. 유럽연합(EU)은 근로시간 지침에서 하루 11시간 연속휴식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를 전제로 11시간 연속휴식제 도입을 꺼내 든 바 있다.

노동부는 대법원 판단에 맞추어 연장근로시간 계산 지침(행정해석)을 변경할지 검토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행정해석이 불일치하는 상황이라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노동자에겐 불리할 수 있어 고심이 크다”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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