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산 곤돌라, 절차적 정당성마저 내팽개쳤다
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사업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앞서 녹색서울시민위원회(이하 녹색위) 심의를 건너뛰었다고 지난 20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보전지역 공중을 통과만 하기에 녹색위 심의 대상의 개발행위가 아니다”라는 서울시 관계자의 말은 실로 충격적이다. 공중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문제가 많다. 자연경관 훼손은 어떻게 되는지, 야생조류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 소음과 진동 피해는 괜찮은지, 늘어난 이용자로 인해 샛길이 많아져 생태계 훼손 우려가 없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남산 곤돌라 사업 추진에 따른 여러 환경적인 우려가 제기되고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행동이 표출되고 있다. 서울시는 남산 곤돌라 사업에 대한 단 한 차례의 토론회도 없이 밀어붙이다가 이제는 절차적 정당성마저 저버리고 있다. 2025년 11월에 남산 곤돌라를 운행하기 위해 무리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녹색위 생태분과위원이다. 녹색위는 1995년 발족한 서울시의 대표적인 환경거버넌스 기구로서 기후·환경·생태 관련 정책의 조언과 심의를 해왔다. 특히, 서울시 자연환경보전 조례에 근거하여 생태경관보전지역 안에서의 개발행위는 녹색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시장이 직접 개발하거나 인허가를 할 때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전에 녹색위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간 녹색위 심의에선 환경 피해와 생태계 영향을 검토하고, 현장 점검을 통해 개발계획을 수정, 보완시키면서 조건부 가결이 많았다. 사업 타당성이 충분치 않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우려되는 사업은 부결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녹색위 위원들은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을 온전히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는 사명과 책임감을 갖고 활동해왔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는 얼마 전 녹색위 회의에 출석해 남산 프로젝트에 관해 소개한 바 있다. 녹색위 위원들은 곤돌라 건설의 사업 타당성이 불충분하며 경관 훼손, 샛길 확대, 생태계 영향 등 여러 환경적인 문제점과 주민·시민단체의 반대의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계획을 보완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거친 후 녹색위 심의를 받겠다고 했다. 녹색위 심의를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면 굳이 설명하러 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녹색위 심의 절차를 빠뜨린 건 고의적 조례 위반 행위다. 보호지역을 관통하는 곤돌라의 궤도는 심의 대상이 됨이 마땅하다. 앞서 녹색위는 생태경관보전지역 내부가 아닌 인접 지역의 개발사업까지 심의한 적 있으며, 서울시는 남산 생태경관보전지역을 확대하겠다고도 했었다. 너무 엇나간 행정이다. 서울시는 녹색위 심의가 두려워 꽁무니를 빼는 건가, 아니면 환경거버넌스 제도를 가벼이 여겨 제쳐도 된다고 생각한 것인가? 누구 판단이고 지시인지 꼭 밝혀져야 한다. 남산 곤돌라 설치에 관한 도시계획위원회의 조건부 가결 결정은 효력이 없을 것이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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