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화재' 슬픔의 빈소 "주님, 우리 아들을 이렇게…"(종합)
아파트 연기 꽉 차 대피 못한 주민들도
"소방대원들 오기 전까지 대피 못 해"
아파트 곳곳 그을음…창문 깨져있기도
"사이렌에 잠 깨" "집안까지 연기 들어"
30대 이웃 아빠 변고에 "마음 미어져"
[서울=뉴시스]박광온 이승주 기자 = 크리스마스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주민 2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숨진 30대 남성 임모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선 슬픈 곡소리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날 오후 5시14분께 임씨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는 가족들이 아직 오지 않아 조용한 슬픔이 가득했다. 영정 사진 주위로 헌화가 놓여 있었고, 촛불 3개만 불이 켜진 채 놓여있었다. 불이 난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10층 주민인 임씨는 최초로 화재 사실을 신고한 뒤 변을 당했다.
유족들은 영정 사진을 바라보다 눈물을 훔쳤고, 한 여성은 다른 유족에게 안긴 채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빨리 가다니…아이고 주여. 아이고 이놈아"라는 말을 반복했다.
임씨의 아버지는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서 "아이고 주님, 우리 아들을 왜 이렇게. 이렇게…"라며 통곡했다. 부친의 모습에 주변의 유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임씨가 대피시킨 다른 가족들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갑작스런 비보에 일가친척들도 급히 서울로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앞서 이날 오전 4시57분께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인력 312명과 장비 60대를 투입해 오전 6시37분께 대부분의 불길을 잡았고 오전 8시40분께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이 사고로 4층에 살던 30대 남성 박모씨와 임씨 등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 27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주민 200여명이 대피했다고 한다.
특히 임씨는 해당 화재를 최초로 신고한 사람으로,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연기 흡입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화재 당시 끝까지 남아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켰고, 이후 대피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인 30대 남성 박모씨는 불이 난 집 바로 위층인 4층에 살고 있던 중 부인과 함께 각각 0세, 2세인 자녀들을 대피시키다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목격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부인 A씨가 먼저 2살 아이를 재활용 포대에 던진 후 뛰어내렸고, 이어 박씨가 0살 아기를 이불로 감싸고 품에 안은 뒤 뛰어내렸다.
박씨는 이후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어깨를 다치는 등 중상을 입었으나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들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고 현재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고인은 도봉구에 있는 한 병원에 안치된 상태다.
한편 이날 뉴시스 취재진이 찾은 도봉구 방학동의 화재 현장은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고, 베이지색 외벽은 검은 그을음이 뒤덮고 있었다. 또 곳곳엔 창문이 깨져 휑한 곳도 있어 끔찍했던 화마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파트 주변으로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어 출입이 어려웠고, 인근에 모여선 인근 주민들은 화재 현장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가로젓거나 한숨을 쉬기도 했다.
맞은편 동에 산다는 한 60대 여성은 "소방차 (사이렌) 소리 때문에 깨이었었다"며 "베란다 창문을 여니 여기부터 저기 끝까지 소방차와 구급차가 꽉 찼더라"고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또다른 80대 노인도 "새벽에 '쾅' 소리가 크게 나서 손자가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5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중학생 이모(13)군은 화재경보기 소리에 깼다고 뉴시스에 전했다.
이군은 "새벽에 잠깐 잠에서 깼는데 화재경보기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유리 깨지는 소리를 듣고 다시 일어나보니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대피하려고 했는데 연기가 너무 많고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소방대원분들이 오기 전까지는 대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기를 들이마신 이군은 병원 치료를 받은 뒤 다행히 퇴원했다고 한다.
불이 난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윤모(58)씨는 암담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표정을 일그러뜨리기도 했다.
윤씨는 "어제 술도 먹고 좀 깊게 잠이 들었는데 딸이 막 깨우더라. 방송도 나오고 막 연기가 좀 찬다고 대피하라고 말이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열었는데 현관에 연기가 이미 꽉 차 가지고 바로 문을 닫고 있었다"며 "그런데 연기가 다 들어와서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고, 그래서 수건을 물에 적셔 코를 막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대피시키다 변을 당한 이웃의 소식에 주민들은 안타까운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윤씨는 "마음이 미어진다. 그 젊은 사람이, 그 새벽에 황당한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은 화재에 범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26일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heyjud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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