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사가 잘돼있는 배우 박은빈, 앞으로의 도전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가수도 아닌 배우가 드라마에서 부른 노래를 모아 CD로 발매한다. 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OST가 오는 1월 5일 CD로 발매된다. 여기에는 드라마 속 서목하 역으로 열창하며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은빈의 모든 곡(11곡) 등을 담았다.
박은빈은 노래 뿐만 아니라 무인도에서 15년간 고립되어 다시 인간세계로 나온 서목하 캐릭터로 시청자에게 좋은 에너지를 선사했다. 서목하라는 캐릭터가 특별한 이유는 이 드라마의 주제다. 11회에 나오는 이 대사는 국어시간에 지문으로 제시됐다면 명백히 주제문이라 할만하다.
"나 아닌 누군가를 온전하게 응원하는 건 정말 어려워. 아무 대가 없이, 질투 없이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건 더 어렵고, 그게 목하 니가 더 대단한 이유야."
윤란주(김효진)가 목하에게 한 이 말은 실제 박은빈 자신에게도 위로가 됐다고 한다. 박은빈 자신도 "질투 없이 남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려고 한다"면서 "그속에 숭고함이 있다"고 전했다.
박은빈은 이번 드라마에서 목하라는 만만치 않은 인생서사를 지닌 캐릭터를 연기했을 뿐만 아니라, 가수 못지 않은 보컬리스트에 도전했다. 이 어려운 일을 뚝심 있게 차근차근 완성시켜나간다.
박은빈은 지난해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가장 스펙타클한 한 해를 보냈다. "기대가 큰 만큼 큰 부담을 짊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비어내고 가벼워지고 싶었다. 목하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 15년간 무인도에서 고립돼 얻은 목하의 지혜를 나도 얻고싶었다."
박은빈은 이번 드라마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건 알았지만 거의 매회 OST를 소화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내 역할이 노래를 잘해야겠다기 보다는 시청자의 몰입을 깨지 말았으면 하는 느낌으로 연습하고 불렀다"면서 "사실 음악은 단기간에 좋아지기 어렵다. 다시 돌아가도 이 이상은 못할 것 같다. 이런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기는 했다"고 전했다.
박은빈은 올 1월 중순부터 6개월간 3시간씩 43번의 레슨을 받았다. 기타, 노래 발성까지 포함해 집중 교육을 받았다. 그러면서 촬영이 시작된 지난 4월부터는, 녹음실에서 프로듀싱하면서 작곡가와 함께 방향을 잡으면서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녹음실에서 4시간~7시간, 최대 10시간까지 녹음하기도 했다.
노래를, 연기 영역으로 녹여내야 하니 더욱 어려웠다. 박은빈은 "실제 가수들도 대단한 노력으로 데뷔했음을 느꼈다. '그날 밤'이 특히 어려웠다. 어쿠스틱한 감정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서 표현하는 경험을 해봤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디바 도전기만 있었는 게 아니다. 그 어려운 전라도 사투리에도 도전했다.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잘 몰라 동향인에게 물어보기도 했지만, 같은 지역 사투리라 해도 세대별로 달랐다.
그는 "사투리도 결국 사람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 목하만의 정서를 담으려고 했다. 사투리를 안쓰고 서울말을 했다면 구수함이 덜했을 것이다"면서 "리액션도 자연스레 그 정서를 담으려고 했다. 사투리를 다른 언어라고 생가안했다.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배우중에서 녹음해준 분이 있었는데, 참고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은빈은 아역배우 출신이다. 목하 역할과 정기호 역할은 아역이 있었다. 아역 연기를 어떻게 봤을까?
"아역을 할 때 성인(연기자)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이레와 문우진도 종방연때 만났다. 요즘 애들은 연기를 너무 잘한다. 내가 어릴 때에는 초반 진한 서사로 얽혀 성인들에게 바통 터치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 아역이 한회차를 전담하는 게 아니고 회상으로 등장하는 식이더라. 편집본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고, 아역들이 고생했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목하와 란주(김효진)는 팬과 스타의 관계이면서 매니저와 가수의 관계다. 박은빈은 이런 관계의 연기를 하면서 팬에게 느꼈던 점을 연기에 활용했다. 그는 "팬들 생각이 많이 났다. 아시아 투어를 하면서 언어, 나라는 달라도 보내주신 눈빛과 마음에서 사랑을 느꼈고, 숭고함을 느낄 때가 있다. 이걸 목하속에 넣었다."
박은빈은 드라마마다 뭔가 도전하는데 대해 "도전하고 싶은 건 아니고 도전 아이콘이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피로감을 주고 싶지는 않다. 도전 결과물 때문에 열심히 했다고 알아봐주셔서 감사한데, 배우로서 소임을 다하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재밌게 소비해주면 좋은 보상이 되는데, 그 너머를 알아주신다. 저는 도전보다 안정을 좋아한다. 불가능에 도전하지는 않고 해볼만하다는 데 출사표를 던진다.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도전의 아이콘과 같은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했다.
박은빈은 '우영우'가 자신을 표현하는 상징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우형우처럼 신드롬으로 불리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그는 "우영우라는 작품을 기준으로 해 비교하고 싶지 않고, 무인도의 디바도 그렇다. 그때그때 하고 싶고 흥미가 가는 곳, 최선의 선택을 찾아갈 것이다. 2023년은 목하로 채워졌으면 한다. 그걸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도전에 대한 부담감이 나은 방향으로만 가는 건 아니다. 책임감을 고취하는 정도로 작용했으면 하고, 그 이상은 감당 못한다"면서 "제가 채울 수 있는 것은 사람을을 믿으면서 계속 살면서 인생을 나아가고 싶다. 그러면 언젠가 뭔가를 이루지 않을까를 목하를 통해 알아갔다"고 전했다.
박은빈은 5살때부터 배우로서 공백 없이 27년을 살았다. 매번 다른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채워가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작품을 만나면서 채워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은빈을 보면 배우로서 기초공사가 잘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토양이 좋다는 의미다. 성실하고 바른 삶을 추구하면서, 체화된 보편적인 감성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이 형성됐다.
그는 "엄마가 좋은 흙을 퍼담아 주셨다. 한번쯤 무너지기도 하고, 그래서 내진설계도 하고, 그런 과정이 나에게 도움이 됐다. 흔들려야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엄마가 (작품을) 결정해줬다기 보다 어릴 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걸 했다. 물론 하기 싫은 것도 한 적이 있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그럴 때는 약간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부터 내 삶의 의미에 가치를 두기 시작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한, "나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고 의미가 있게 실현시켜보자는 마음가짐. 그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박은빈은 "아직 내가 못보여준 게 많고, 매너리즘과 타성에 젖지 않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다. 물론 빌런 연기도 가능하다. 지금은 잘 비워내야 할 때다"고 말했다.
그는 팬미팅을 계속 하는 데 대해서도 "'있을때 잘해' 라고 말하는 노래도 있지만, 최대한 보답해 드리자,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사랑을 보여드려야, 후회 되지 않을 것 같다. (팬미팅이) 좋았던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박은빈은 "우영우 덕분에 해외시상식(국제에미상) 무대에도 서봤지만, 내가 발 붙이고 있는 이 땅에서 잘해보겠다"면서 "한 자리에 있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실패하더라도 나아갈 것이다. 현상 유지보다는 그걸 더 좋아한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용기도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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