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금리 연중 최저…이자부담 줄어들듯

유준호 기자(yjunho@mk.co.kr)양세호(yang.seiho@mk.co.kr) 2023. 12. 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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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은행채 두달새 1%P 내려
주담대·신용대출에 반영 주목
10월 연체는 66개월만에 최대
전달보다 0.2조 늘어 2.4조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산정 등에 활용되는 은행채 금리가 두 달 만에 1%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들이 은행채 금리를 언제 반영해 가계대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내려가고 이자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 산정에 기초가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22일 3.793%였다. 앞서 지난 10월 26일 연중 최고점(4.810%)을 찍고 서서히 떨어져 두 달 만에 1%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은행채 6개월물 금리도 지난달 13일 4.108%로 정점을 찍고 지난 22일 3.864%까지 떨어졌다. 은행채 1년물 금리도 10월 말 4.153%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22일 0.397%포인트 떨어진 3.756%로 기록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은행채 5년물 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5월 말 4%대로 올라선 뒤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 14일(3.811%)부터는 3%대로 내려갔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루 새 0.235%포인트 떨어지며 연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통상 KB국민·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연동되지만, 신한·하나은행은 은행채 금리를 따라가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주담대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와 연동된다. 이에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면 가계대출 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10월까지 통계를 보면 고금리 기조로 인해 신규 연체액은 5년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이 크다.

이날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0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10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전달보다 2000억원 늘어난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성동조선해양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 여파로 3조5000억원의 신규 연체가 발생했던 2018년 4월 이후 최대치다. 금감원은 대기업 연체 등으로 인해 10월 신규 연체액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했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국내 은행에서는 월평균 2조200억원의 신규 연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 월평균 신규 연체액은 2021년에 1조원을 밑돌았고, 지난해도 월평균 1조500억원에 불과했다. 2018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 달에 2조원이 넘는 신규 연체가 발생한 적은 없었는데, 올해 5월 이후에는 매달 2조원이 넘는 신규 연체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금리 상승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높아진 금융 비용 부담으로 대출 연체가 발생한 가계와 기업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연체액이 증가함에 따라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도 올랐다. 10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전달보다 0.04%포인트 오른 0.43%를 기록했다. 이는 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올해 8월과 같은 수준이다. 10월 연체율은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0.19%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유형별로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0.37%, 기업대출 연체율이 0.48%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0월(0.22%)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고, 기업대출도 같은 기간 0.22%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에서는 신용대출 연체율이 0.71%로 전체 대출 유형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기업대출에서는 중소법인의 연체율이 0.59%로 가장 높았다. 대기업의 연체율은 0.19%로 지난해 10월 0.07%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키우는 등 은행 건전성 약화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0월 말 연체율 상승폭은 최근 추세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신규 연체 확대로 연체율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건전성 약화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대손충당금 확충과 부실채권 상·매각 등 정리 확대를 지속적으로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 양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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