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 한동훈, '용산 입김' 이겨내고 '쇄신 깃발' 들 수 있을까

조병욱 2023. 12. 2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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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력 시험대’ 이목 집중
본격 등판에 대통령실·與 실세들 나서
‘김건희 특검법’ 메시지 쏟아내며 압박
당정관계 어떻게 중심 잡느냐가 관건
비대위 인선, ‘789세대’ 앞세울지 주목
김예지·조정훈·박은식 등 후보군 거론
與 지지율 39%… 민주와 2.6%P로 좁혀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가 법무부 장관에서 퇴임하면서 내놓은 이 발언이 2013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된 윤석열 대통령(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명자 체제가 26일 공식 출범하는 가운데 그가 내년 4·10 총선 승리를 이끌 9회말 구원투수가 될지는 ‘당정 관계’에 달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가 지난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서 재임기념패를 받고 있다. 한 지명자는 26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뉴시스
◆용산과 주류의 입김 이겨낼까

한 지명자의 첫 시험대는 김건희 특검법이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여야 양쪽에서 모두 한 지명자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25일 통화에서 “한 장관이 당정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도 확장성을 좌우할 것”이라며 “여기서 후퇴하면 새로운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지명자가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에는 당내 주류와 용산의 입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한 지명자의 공식 취임을 하루 앞둔 이날 여당 실세들이 일제히 메시지를 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엄호했다. 전날 대통령실 이관섭 정책실장이 언론에 나와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라고 비판한 데 따른 지원 사격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에서 진행된 성탄 대축일 미사에서 기도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에 의한 희대의 정략적 특검”이라며 “이명박·박근혜·문재인정부를 거치며 수차례 내사 및 수사를 하였으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아 기소조차 못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선에 악용하기 위해 다수의석에 의한 의회폭거가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아니 될 것”이라고 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박대출 의원도 “특정인 망신주기법이고, 심각한 명예훼손법, 위헌적인 유죄추정법”이라며 “의혹 자체가 가짜이고 억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호히 거부해야 마땅하다”며 서영교 의원이 과거에 말한 “위헌적 소지가 있고 절차상 하자가 있는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일 뿐 아니라 임무”라는 말을 인용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동훈 지명자가 본격 등판하자 용산과 여권 핵심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며 “지난 김기현 체제를 떠올려보면 이런 메시지 속에서 한 지명자가 어떻게 중심을 잡느냐에 승패가 달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 앞에 25일 ‘제10차 전국위원회 소집’ 공고문이 부착돼 있다.뉴시스
◆비대위 인선이 성공의 바로미터

정치 데뷔 무대에 오른 한 지명자에게는 오는 29일로 예상되는 비대위 인선이 자신의 정치력을 시험할 또 다른 관문으로 평가된다.

당 안팎에서는 1970년대생인 한 위원장(50)이 기존 정치 문법과 다른 인사들을 어떻게 구성할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789(70·80·90년대생) 비대위의 핵심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잘 대변하는 것”이라며 “생물학적 나이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는 앞서 789세대를 앞세워 민주당의 86(80년대학번·60년대생) 운동권에 대비되는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6월 ‘코이 물고기’ 비유로 대정부질문에서 장애인 정책 연설로 찬사를 받은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김예지(43) 의원과 법사위에서 비교섭단체 소속으로 한 장관과 친분을 쌓은 조정훈(51) 의원 등이 원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원외에서는 혁신위원장으로도 거론됐던 박은식(39) 호남대안포럼 공동대표, 인요한 혁신위에 참여했던 혁신위원, 수도권의 30·40대 당협위원장 등이 후보로 언급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치권 인맥이 넓지 않은 한 지명자의 인선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실리거나, 자칫 앞선 지도부처럼 영남 중심으로 돌아갈 경우 한 지명자 체제는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며 “얼마나 확장성 있는 인선이 되느냐가 핵심”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21∼22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지지율 격차는 2%대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1.6%, 국민의힘 39%로 오차범위(±3.1%) 내 차이를 보였다. 특히 지난주 대비 민주당은 3.1%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2.3%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8%포인트에서 2.6%포인트로 일주일 만에 좁혀졌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병욱·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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