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공간정보 기반 공공 혁신 속도내야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2013년 '한국 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해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을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했었다. 맥킨지는 최근 10년 만에 후속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중화학 공업을 기반으로 첫 번째 S-커브를 경험한 후 다시 첨단 제조업을 바탕으로 두 번째 S-커브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맥킨지는 그 후 발생하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의 저성장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성장 모델이 대기업, 제조업, 저부가가치 산업에 편중돼 있어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맥킨지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과감한 산업 구조 개편, 다양한 사업 모델 도입, 메가 클러스터 등 산업 기반의 재구축을 제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갖는 중요성 역시 강조되고 있다.
퇴로가 없는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직면해 있다. 한국의 국가 경쟁력 하락세가 이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64개국 가운데 28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단계 하락한 것으로 2020년(23위) 이후 하락세가 뚜렷하다. 대만과 중국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27위)에도 밀려 충격은 더욱 크다. 고용과 물가 등 경제성과는 그나마 좋은 점수를 받은 반면 낮은 정부 효율성(38위)과 기업 효율성(33위)이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정부의 효율성이 낮아진 원인으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악화가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현 정부는 건전 재정 기조를 유지하며 공공 혁신 가속화를 통해 정부 효율성을 높이고 규제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역대 정권마다 공공기관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럼에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낙하산 인사, 노사 유착, 불합리한 잣대 등을 혁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수는 2007년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298곳에서 2023년에는 347곳으로 늘었다. 예산 규모도 2023년 112.4조 원으로 정부 총 지출에서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17.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공기관 부채는 2017년 493조 원에서 2021년 583조 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공기업이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전체 공기업의 절반에 달한다. 이와 같은 경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한 구조적 측면이 거론되고 있다. 공공 기관들의 사업 영역은 모두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분야로서 시장원리로만 평가할 수 없는 공공성이 존중돼 하기 때문이다.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경영을 해본 적이 없었던 LX한국국토정보공사도 경영 위기에 처했다. 지적측량과 공간정보 사업으로 국가 공간위치정보를 구축해온 LX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정부기관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측량수요 급감과 정부 방침에 따른 인력 대거 선발로 재무 건전성이 저해됐다. 관련 규정이 없어 선투자로만 추진된 공간정보 사업의 외연 확장도 경영 위기를 부채질한 이유 중 하나가 됐다. 이에 LX공사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비상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하여 임원진 등의 임금 반납, 자산 매각, 기술 혁신 등을 통해 경영 위기 극복에 집중하고 있다.
LX공사가 구축해온 공간위치 정보 데이터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서 국가 경쟁력에 직결된다. 일상생활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데이터의 80% 이상이 공간위치정보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LX공사의 위기 극복과 경영 혁신의 성과에 따라 공간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한 융·복합 신산업의 활성화 여부는 물론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발표한 '신성장 4.0 전략'에 따라 LX공사의 혁신과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신성장 4.0 전략'은 한국 경제를 뒷받침해온 제2의 반도체를 찾으라는 특명과도 같다. 정부는 이를 달성할 수단으로 IT산업 진흥을 내세웠다. 디지털 전환과 전략 산업 초격차 확대 등을 도전과제로 삼고,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지정한 프로젝트, 그 안에 속한 유망산업들 모두 '제2의 반도체 산업 예비 후보'가 될 수 있다. 이 산업들의 핵심 인프라가 바로 공간위치 정보이다.
공공 혁신은 복잡하게 얽힌 방정식과 같다고 한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위기 극복과 경영 혁신의 허들을 넘고 있는 LX공사를 비롯한 정부·공공의 혁신 노력이 차세대 산업 육성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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