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정책 대전환,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한겨레 2023. 12. 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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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랄 만큼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했다.

지난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도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중대 과제임을 보여준다.

중증 정신질환이 아니라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서·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20~34살 청년을 대상으로 2년마다 검진을 통해 정신건강 점검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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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신 건강 혁신 방안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조규홍 | 보건복지부 장관

우리나라는 세계가 놀랄 만큼 짧은 기간에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했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만큼 기대수명이나 영유아 사망률과 같은 건강 지표도 급속히 개선돼 이른바 선진국 중에서도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제외하더라도, 삶의 만족도나 행복지수 등도 조사 대상 국가 중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도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중대 과제임을 보여준다. 최근에는 전에 없던 마약류 중독이 국가적 문제로 떠올랐다.

현재까지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 투자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치료와 정신요양시설 운영에 주로 집중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무엇보다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일상적으로 관리하며 빨리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없다. 정신과 약물 치료를 받거나 입원할 정도로 악화한 뒤에야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된다. 급격한 증상 악화로 응급입원이 필요한 경우에 입원할 병상을 찾기도 쉽지 않다. 어렵게 치료를 받아도, 복지서비스나 일자리, 주거 등 지원이 부족해 정신질환자가 사회에서 어울려 살아가기는 힘든 상황이다. 2021년 국립정신건강센터 조사에서 정신질환은 “치료할 수 없고, 위험하다”고 답한 국민이 59.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연한 편견 탓에 치료는 지연되고, 정신질환자의 자립을 위한 지역 인프라는 혐오시설 취급을 받는다.

정부는 지난 5일 정신건강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정신건강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에 돌입했다. 첫째,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도입한다. 중증 정신질환이 아니라도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정서·심리적 어려움이 있는 국민에게 전문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20~34살 청년을 대상으로 2년마다 검진을 통해 정신건강 점검을 강화한다.

둘째, 정신응급대응과 치료체계를 재정비한다. 언제든지 활용 가능한 공공병상을 확보하고, 정신건강전문요원과 경찰관의 합동대응팀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정신과 치료에 대한 보상을 개선하고, 퇴원 뒤에도 치료가 지속하도록 외래치료지원제를 활성화한다.

셋째,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혁신한다. 모든 지자체에서 정신재활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이용시설의 최소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어려운 지역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신장애인 적합 직무개발 및 공공일자리 등 고용과 주거지원도 확대한다.

넷째, 정신질환 정책추진을 위한 토대를 다진다. 인식개선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실시하고, 연간 1600만명을 대상으로 자살예방교육을 시행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구성·운영해 정책과제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뒷받침할 것이다.

대통령도 임기 안에 정신건강정책의 틀을 완성해서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부처가 뜻을 모아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문제에 큰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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