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SA서 드러난 학교내·학교간 교육격차…거꾸로 가는 정책

한겨레 2023. 12. 25.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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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수능 논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0일 앞둔 지난 10월17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자율 학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박경미 | 민주당 교육특위 위원장·전 청와대 대변인

얼마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가 공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피사) 결과는 우리 교육에 청신호와 적신호를 함께 보낸다. 오이시디 37개국을 포함한 81개국이 참여한 피사2022에서 우리나라 만 15살 학생들의 성취 수준은 최상위권이었다. 이는 전 세계에 주어진 코로나19라는 시험 문제를 각국 교육당국이 어떻게 풀어냈는지를 보여주는 성적표다. 문재인 정부가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기 위해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교육 회복 프로젝트를 준비해 학습·정서·사회성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노력의 결과다. 높은 점수는 학생들이 마르고 닳도록 문제풀이 연습한 효과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지만, 컴퓨터 기반 검사인 피사는 맥락을 중시하는 문항이어서 우리 학생들에게 생소하다. 교과서적 정형화된 문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상위 성취도를 보인 것은 우리 교육의 우수성을 방증한다.

피사는 장밋빛 결과뿐 아니라 ‘학교 내 격차’와 ‘학교 간 격차’라는 숙제도 남겼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 간 수학 과목 성취 수준 격차를 보여주는 ‘학교 내 분산 비율’과 학교 간 성취 수준 격차를 나타내는 ‘학교 간 분산 비율’이 오이시디 평균보다 크게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은 정작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우선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무효화시키고 존치 결정을 한 것은 학교 간 차이를 심화시킨다. 학교 간 차이의 상당 부분은 지역 격차에서 기인하는데,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는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교육발전특구가 연착륙하려면 교육과 지역의 교감이 중요한데, 현재의 밀어붙이기로는 입시교육이 강화되고 특구로 선정된 지역과 아닌 지역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주 국가교육위원회가 의결해 교육부가 조만간 발표할 대입개편안을 보면,내신 절대평가에 상대평가 5등급을 병기하는데, 이는 경쟁교육을 심화시켜 같은 학교 학생 간 차이를 확대시키고 고교학점제를 무력화시킨다. 고교학점제는 적성과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이 핵심인데, 상대평가 등급 병기는 성적을 받기 쉬운 과목으로 쏠림 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습자의 선택권과 교육의 다양성을 강조하는데, 이 교육과정에 따른 2028학년도 수능은 모든 학생이 동일한 과목을 치르는 획일성으로 후퇴한다. 여행에 비유하자면, 교육과정은 테마별 여행이나 자유여행인데, 수능은 획일적인 단체 패키지인 셈이다. 교육과정과 평가는 모름지기 일관성을 가져야 하고, 이를 위해 각각을 관장하던 기관을 합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만든 게 25년 전인데, 교육과정과 평가가 디커플링(분리)되고 있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대입개편안에 대한 공론화는 요식행위에 그쳤다. 지난달 교육부는 정책설명회와 공청회를 개최했지만 조용히 지나갔다. 대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 공청회의 수용인원은 128석에 불과했다. 비좁은 장소를 잡아 비판 의견이 제기될 기회를 제한하겠다는 의도로 읽는다. 게다가 연일 터져 나오는 대형 뉴스에 묻혀 대입개편안은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2018년과 2019년 수시와 정시 비율 공론화 때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전방위적 비판을 받았는데, 그 시기는 태평성대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윤 대통령이 쏘아 올린 수능 킬러문항 논란은, 킬러문항으로 특화돼 세무조사까지 받은 강남학원 재수종합반이 수능 만점자와 최고점자를 배출하는 아이러니로 끝났다. 킬러문항 핀셋 제거로 만만한 수능이 될 거라는 기대에 엔(N)수생이 폭증했고, 연구개발 예산 삭감이 이공계 대학을 직격하는 가운데 의대 정원이 확대되니 더욱 재수를 부추긴다. 인구감소로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하는 상황 속에 재수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교육부는 인공지능 시대, 일자리와 사회구조가 바뀌고 그에 따라 교육과정과 대입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근원적인 고민 속에 미래 교육의 큰 그림을 그리고, 촘촘한 실행 계획을 세우는 데 매진해주기 바란다. 대통령의 명을 받들며 에너지를 소진하기에는 교육 현실이 너무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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