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정권’ 권익위
‘특별수사부’ 대신 ‘반부패수사부’로 개칭한 검찰 수사 부서의 이름에서 보듯 ‘부패 방지’는 여전히 시대적 과제이다. 정부에도 한때 부패방지위원회(2002년)가 있었는데,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권익위는 그 이름에 부여된 소임을 다해왔다고 보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 때는 정권 실세인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이명박 권익위원회’라는 비아냥을 샀다. ‘국민권익위’가 이름값을 제대로 못한 채 ‘정권권익위’ 노릇을 한다는 비판은 어느 정권에서든 제기돼 왔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전현희 위원장을 쫓아내기 위해 감사원까지 동원하고, 지난 7월 검찰 선배인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을 위원장 자리에 앉힌 것은 권익위가 정권에서 차지하는 만만치 않은 위상을 엿보게 한다. 김홍일 권익위는 남영진 전 KBS 이사장·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에 대해 먼지털기식 조사를 펼쳤고, 조사 결과를 수사기관과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해 공영방송 장악에 일조했다.
김홍일 위원장이 임명된 지 5개월 만인 이달 초 방통위원장으로 지명되면서 졸지에 두 개의 장관급 타이틀(현직 권익위원장, 방통위원장 후보자)을 동시에 보유하게 됐다. 27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 위원장은 뒤늦게 지난 22일 비공개 이임식을 가졌다. 이임식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고, 이임사도 공개하지 않아 ‘야반도주’라는 비판을 샀다. 게다가 여권은 친윤 인사인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을 공수처장 최종 후보 2인에 포함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권익위가 권력 상층부로 향하는 사다리처럼 되는 상황이고 보면, 권익위가 여권 인사의 부패 의혹을 파헤치길 기대하는 것은 애초 무리인 듯하다. 권익위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지난 19일 참여연대의 신고를 받고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의 부패 의혹은 차마 손도 댈 수 없다는 것인가. 부패 방지의 기본 책무를 저버린 권익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권익을 위해서인가, 정권의 권익을 위해서인가.
윤호우 논설위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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