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이태원 공포 딛고 '사람 속으로'... 3년 만에 맞은 진짜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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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집 밖으로 나온 건 3년 만이에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만난 정모(29)씨는 오랜만의 성탄절 나들이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태원에서 만난 허재우(19)씨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작년 발생한 참사 때문에 3년 만에 집 밖에서 연말을 보낸다"며 "여자친구와 함께 왔는데, 사람이 너무 몰리는 곳은 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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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에만 명동·강남 등 30만명 운집
"연말에 집 밖으로 나온 건 3년 만이에요."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만난 정모(29)씨는 오랜만의 성탄절 나들이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년은 집에 박혀 '솔클'(솔로 크리스마스)을 보냈기 때문이다. 정씨는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태원 참사로 사람 많은 곳을 찾기 꺼려 했다"며 "올해는 아픔을 딛고 성장하고 싶어 용기를 내 밖에 나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2020년과 2021년 크리스마스는 코로나 팬데믹 탓에 썰렁했다. 그리고 지난해 크리스마스는 이태원 참사 발생 두 달 만이어서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지난 3년의 크리스마스를 지배한 분위기가 고독과 슬픔이었다면, 올해 크리스마스의 키워드는 '회복'과 '치유'다.
23일과 24일, 성탄절만 오면 잔뜩 움츠렸던 이들이 기지개를 펴고 가족·연인·친구와 함께 연말 분위기를 즐기면서 도심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25일 서울 실시간 인구데이터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이브였던 24일 오후 8시 기준 명동·홍대·잠실에는 각각 시민 8만 명이 운집한 것으로 추산됐다. 강남역에도 약 4만 명, 이태원과 광화문 광장에도 약 1만4,000명이 모였다. 서울 주요 번화가에만 3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면서 코로나 이전의 북적북적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살아났다.
연인·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크리스마스 당일 가족과 함께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는 이은미(44)씨는 "팬데믹 기간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가 꺼려졌는데 이렇게 바깥공기를 쐬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념으로 서점에 들러 책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태원에서 만난 허재우(19)씨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작년 발생한 참사 때문에 3년 만에 집 밖에서 연말을 보낸다"며 "여자친구와 함께 왔는데, 사람이 너무 몰리는 곳은 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참사의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었던 이태원 상권도 활기를 띠었다. 지난해 49재를 앞두고 조용하게 크리스마스를 맞았던 이태원 상점들은 올해는 연말 연휴 손님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카페·음식점 내부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각종 장식들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은은한 캐럴이 울려 퍼졌다.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곽동근(31)씨는 "작년에 비해 손님도 많고 바빴다"며 "매장 내부도 연말 분위기가 나도록 꾸몄다"고 했다. 피자집에서 일하는 모로코 국적의 라비야(27)씨는 "매장 오픈 전 손님맞이 준비를 해야 해서 바쁘다"며 "다음 주까지 손님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참사 유가족들도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며 새해에는 '회복'을 기원했다. 유족 A(50)씨는 "아직도 딸아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1년 동안 마음이 바쁘고 아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케이크에 성탄절 날짜에 맞는 큰 초 2개와 작은 초 5개를 꽂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면서 "남은 아이들의 미소 속에서 희망이 보였다"고 말했다.
혹시나 모를 인파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관계기관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는 경찰, 소방당국과 함께 주요 밀집지역에 대한 안전 관리에 나섰다. 성탄절·해맞이·타종 행사가 열려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는 안전관리 인력을 집중 투입하고 위험 징후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 폐쇄회로(CC)TV도 가동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시민들이 편안한 연말 행사를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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