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장수' 이순신?… 영화 '노량'의 허구와 진실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문을 여는 '노량'은 겨울의 야간전이었던 노량해전과 7년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이순신(김윤석 분)의 결의를 조명한다. 김한민 감독은 "허구 같은 장면이 진짜인 경우가 많다. 고증과 본질적 메시지 그리고 그 사이 창작자의 양심 같은 것이 하나로 결합될 때 좋은 사극영화가 완성된다는 생각 하에 연출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면서 허구인지 진짜인지 궁금한 부분을 정리했다.
■"실제로 막내아들 꿈에 나타나"
"내가 죽고 너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너가 죽고 내가 살다니." 영리하고 무예가 출중했던 막내아들 면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1597년 10월 14일),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아직 목숨은 남아있지만은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있을 따름"이라고 적었다.
'노량'에서는 자식을 앞세운 아버지 이순신의 고통이 꿈속 장면을 통해 절절히 표현된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은 실제로 절대적 순간에 선몽을 많이 꿨다"며 "귀신 장수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직전에는 꿈속에서 어떤 선인이 이렇게 싸우면 이기고 저렇게 싸우면 진다는 식의 전략 전술을 알려줬고, 죽은 아들 면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죽인 자가 아군 진영 포로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고 부연했다.
■북소리에 쓰러진 시마즈 "살아서 본국 귀환"
백윤식이 연기한 일본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는 노량해전의 왜군 지휘관으로 비록 전투에서 패해 전력을 모두 잃었지만, 시마즈가 조선 수군을 공격함으로써 해상 봉쇄가 일시적으로 풀렸고 덕분에 일본군의 퇴로가 열렸다는 점이 인정돼 전후 봉록을 받았다. 또한 '난중잡록' 등에 의하면 이순신을 저격해 전사시킨 조총병 부대가 시마즈 부대라는 설이 유력하다.
김한민 감독은 "시마즈는 지금의 규슈 가고시마현 출신이다. 아이러니하게 메이지 유신(막부체제가 무너지고 천황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립된 사건)을 일으킨 지역이고 이후에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그 지역 맹주였던 시마즈가 (노량해전의) 중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량'에서 시마즈는 이순신의 북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김한민 감독은 "장군의 북소리가 왜군에게 공포를 안겨줬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며 "결국 시마즈 요시히로는 목숨은 건진 채 본국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 북치다 돌아가셨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백병전 도중 죽은 동료들과 아들의 환영을 본다. 이 장면은 전적으로 영화적 상상이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2007) 촬영 당시 남해서 일출을 본 적 있는데 장관이었다"며 "그 일출을 400여년 전 이순신 장군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똑같이 보셨을 것"이라고 이 장면을 연출한 의도를 설명했다. "그 처참한 전장을 환히 들여다보면서,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어떤 체험을 하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충무공은 환영을 본 뒤 아군을 독려하고, 적을 위협하기 위해 태산처럼 북을 친다. 김한민 감독은 "북소리는 장군의 대의를 함축적으로 표상한다. 장군의 살신성인이 북소리"라고 설명했다. "북소리가 시작되면 히데요시가 신음하고 시마즈도 귀를 막고 몸부림친다. 반면 진린과 같은 우리 편은 젖먹던 힘까지 낸다. 왜군 고니시(이무생 분)가 도주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 북소리 때문이라고 본다. 이순신 장군은 실제로 북을 치다가 돌아가셨다." '노량'에서 북소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관객의 마음까지 울린다.
■"선조실록에 초신성 폭발" 북쪽의 대장별
"북쪽의 대장별이 오늘따라 밝구나. 저별이 아니었다면 조선은 진작에 명운을 다했을거다." 극중 진린의 대사다. 김한민 감독은 "실제로 진린이 동방의 대장별이 희미해지는 것을 보고, 제갈공명처럼 하늘에 생명 연장을 비는 기도를 올리라고 장군께 조언했는데, 장군이 "천수(天數)는 피하기 어렵다는 답서를 보낸 유명한 일화가 있다"고 말했다. "저 별은 뭘까, 관객들이 알기 쉽게 북쪽의 대장별로 묘사했다"며 "근데 실제로 선조실록에 초신성이 폭발했다는 기록이 있더라"고 부연했다. 전남 청산도에 있는 진린의 비문에 따르면 이순신은 '나의 충성, 덕망, 재주가 무후(제갈공명)만 못하기에 비록 무후의 법을 쓴다한들 하늘이 어찌 이를 들어줄 수 있으리까'라고 답했다. 하지만 후대의 평가는 다르다. 정조는 '홍재전서'에서 이순신에 대해 "참으로 천고 이래의 충신이요 명장"이라며 "제갈공명과 자웅을 겨룬다 하더라도 과연 누가 우세할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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