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박병기 하나증권 기업금융본부장 | “주관사 맡으며 투자도 병행…좋은 회사 IPO 한다는 의미”

김종용 조선비즈 기자 2023. 12. 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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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기 하나증권 기업금융본부장(상무)서강대 경영학, 서울대 바이오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전 한화증권 IB영업팀장. 사진 하나증권

하나증권이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면에는 박병기 기업금융본부장이 있다. 박 본부장 산하 주식자본시장(ECM)실은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IPO 트랙 레코드(투자 이력)를 쌓으며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빅4’의 공고한 입지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하나증권은 올해 이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부터 중소형 딜까지 총 10개 기업의 상장 주관을 맡았다. 대표 주관을 맡은 에이텀과 블루엠텍도 각각 12월 1일과 13일 코스닥 상장을 마쳤다. 올해 중순에는 글로벌 종합 강판 제조 기업인 넥스틸의 대표 주관사를 따내며 LS전선아시아 이후 약 7년 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표 주관사 실적을 쌓았다.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인 ‘4조원대 대어’ HD현대글로벌서비스와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에이피알의 공동 주관도 따내며 대형 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주관 실적 순위가 2021년 11위, 2022년 12위에 머물던 하나증권은 빅4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하나증권의 눈부신 성장은 IPO 업무를 담당하는 ECM 1~3실이 골고루 활약한 덕이다. 박 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하나증권이 코스닥 IPO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것은 탄탄한 실무진 덕분으로,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시장에서도, 수요자인 투자자들에게서도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트랙의 딜을 해오면서 일반 기업 상장뿐만 아니라 스팩 합병 상장에서도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본부장과 일문일답.

하나증권이 올해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코스닥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내년에도 15개 정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닥뿐만 아니라 스팩 합병 상장도 꾸준히 하려고 한다. 하나은행과 협업도 더 활발히 하면서 대형 딜도 수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코스피에 상장하는 기업의 IPO는 대형 증권사들만의 견고한 시장이기 때문에 (공략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나 에이피알 등의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면서 꾸준히 트랙 레코드를 쌓고 있다.”

하나증권만의 전략이 있나.
“코스닥에 상장하는 회사들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다. 좋은 기업을 찾아서 투자도 하고 회사 성장에 도움을 주면서 상장까지 주관하는 전략이다. 올해도 우리가 주관을 맡아 상장하는 회사의 70~80% 정도는 투자한 회사다. 서로 ‘윈윈(win-win)’ 하는 관계라고 보면 된다. 이것을 이해 상충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규정상 10% 이내는 투자가 가능하도록 법에서 허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좋게 보고 있다. ‘주관사가 투자까지 할 정도면 좋은 회사’라는 것이다. 반대로 ‘투자하면 주관사 줄게’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회사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우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는 기업 위주로 투자한다.”

하나증권은 몇 년 전만 해도 바이오 기업 상장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요즘 바이오 섹터가 부진하다.
“당분간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이 변한 게 가장 큰 이유다. 올해 들어 금리가 인상되면서 시장에서는 미래 가능성보다 당장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 위주로 보고 있다.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돈이 계속 필요한데, 지금은 자금 조달이 힘든 상황이다. 과거에는 상장 전 지분 투자(Pre-IPO) 단계에서 높은 기업 가치로 펀딩을 받고 상장을 한 뒤에도 주가가 좋아서 선순환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장 후 시리즈C 밸류에이션도 나오기 힘들다 보니 투자자가 투자를 안 하게 된다. 그럼 회사는 자금을 조달해야 하니까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또다시 주가가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좋은 기업을 찾는 기준이 있나. 어떤 업종이 유망하다고 보나.
“미래 성장 산업에 속하면서 기술력까지 갖춘 기업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대기업의 부품 회사들이고, 1차, 2차 벤더(하청) 등 전방 산업이 굉장히 중요한 곳이다. 어느 전방 산업에서 활동하느냐가 중요하다.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술력도 봐야 한다. 업종으로 보면 성장 산업인 이차전지, 자율주행, 전기차, 로봇, 인공지능(AI)이 있다. AI 기업들은 사실 조금 일찍 각광받았는데,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려서 한풀 꺾인 것 같고 올해는 로봇, 내년에는 자율주행과 항공우주 섹터가 유망하다고 본다.”

과거와 달리 올해는 IPO 시장이 차분한 느낌이다. 지금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유통시장이 안 좋은 것과 비교하면 공모 시장은 굉장히 선방하고 있다. 흥행도 잘되고 가격도 잘 나오는 상황이다. 매매가격 시초가 산정 방식이 바뀌면서 당일 참여자가 늘어난 것 같다. 일단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되면서 공모 단계에서는 흥행이 잘되고 있다. 그런데 한 달이나 두 달 지나고 나면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가 오래 가질 못한다. 유통시장에 비하면 공모 시장은 활발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2~3년 전처럼 ‘상장하면 두세 배 올라간다’ 정도는 아니다.”

내년 IPO 시장은 어떨 것 같나.
“상황이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하는 게 IPO 시장이다. 내년에도 상장하려는 기업은 꾸준히 나올 것 같다. 유통시장이 나빠서 대형 딜이 조금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도 업종에 따라 차이가 날 것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미래 성장 산업, 즉 미래에 가치를 두고 있어서 시장에서 선호하는 업종에 있는 회사는 잘될 것으로 본다.”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공모주는 적정 가격에서 일정 부분 할인하기 때문에 정상적이라고 하면 일단 수익이 난다. 다만 최근은 공모가가 희망 범위(밴드) 이상에서 확정되는 경우가 잦은데 이런 건 조금 조심할 필요가 있다. 대형 딜은 밴드를 정하면 그 이상에서는 잘 안 한다. 그러나 소형 딜의 경우에 운용사들이 서로 갖겠다고 하면서 가격을 높이는 경우 공모가가 오버밸류(고평가) 될 수 있다. 그때가 가장 위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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