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 中 부동산 개발 업체 디폴트, 시스템적 금융 위기 가능성 작아

유용딩 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2023. 12. 25. 18: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2월 5일(이하 현지시각) 중국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면서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조정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무디스는 중국 중앙정부가 대규모 채권을 발행해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중국의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기화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한 재정 부양책을 쓰는 것이 중국 재정을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부채 위기가 금융 위기로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하지만 도덕적 해이를 피하고, 재정 비용을 억제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전망 변화는 또한 구조적, 지속적으로 낮은 중기 경제성장과 지속적인 부동산 부문 축소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무디스는 올해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약 5%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026∼2030년에는 평균 3.8%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중국 정부는 이에 즉각 반박했다. 중국 재정부는 입장문을 내고 “부동산 위기와 지방정부 부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지난해 말 국가 채무는 총 61조위안(약 1경12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국제적 위험선으로 평가받는 60%보다 크게 낮은 50.4%라고 했다.한편, 최근 중국 당국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부동산 기업에 대한 대출 등 금융 지원 확대 방침을 잇달아 내놨다. 12월 10일 중국증권보 등에 따르면, 중국 국유은행 5곳을 비롯한 중국 내 은행들이 중국 당국의 지원 방침에 따라 11월부터 민영 부동산 기업에 빌려준 돈은 300억위안(약 5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필자는 그러나 부동산 개발 업체의 채무불이행이 시스템적 금융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한다. 탄탄한 재정 상태와 통화 확대 정책 여력이 있는 중앙은행이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 셔터스톡

중국 국무원이 부동산 부문을 ‘주축 산업’으로 공식 분류한 이후 20년 동안 부동산 산업은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며 GDP 성장을 촉진하고 수백만 명의 중국인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이제 부동산 부문은 가격 급등과 막대한 부채 등 여러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국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토지 사유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중국인은 주거 환경 개선과 부(富)의 축적을 위해 내 집을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 이들은 자본 통제로 인해 외화 자산을 쉽게 보유할 수 없으며, 중국 증권거래소의 실적 또한 좋지 않다. 중국은 주거용 부동산, 양도소득, 상속 그리고 부동산의 가치 상승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 결과 부동산은 소유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자산이 됐다.

유용딩 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위원 전 중국세계경제학회 회장, 전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 소장

2005~2021년 중국 주거용 부동산 실질 가격 지수는 87.95에서 112.99로 28.5% 상승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지수는 몇 차례 하락했지만, 결국 강하게 반등해 중국인에게 부의 축적을 위해서는 주택 소유가 답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투기의 결과, 실제 주택 가격이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오르면서 중국 젊은이들의 주택 매입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그들은 이주 노동자는커녕 영주권자 같은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일부 일선 도시에서는 주택 가격이 평균 소득의 40배가 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정부는 한 가구가 구매할 수 있는 부동산 수를 제한하고 주택 가격에 행정적 통제를 가하는 등 주택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수차례 시도해 왔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대체로 효과가 없었고 때로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기 때문인 것도 일부 이유였지만, 근본적 이유는 부동산 부문이 중국 경제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문은 가치 사슬이 매우 길기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후방 산업(upstream)과 전방 산업(downstream) 모두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주택 가격의 성장 둔화는 부동산 투자의 성장 둔화로 이어진다. 이런 투자 활동이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 동안 평균 10% 이상이면서 중국의 전체 경제성장을 저해했다.

수년간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 정부는 가격 상승을 방해하는 조치를 완화하거나 무효화하며 부동산 투자와 부동산 가격의 강력한 회복을 위한 길을 열었다. 2014~2015년 가격 폭락 이후 주택 가격은 크게 반등했고, 이후 6년 동안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21년 다시 (시장에) 개입해 부동산 개발 업체에 대한 세 가지 ‘레드 라인’을 도입했다.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 부채 비율 70% 이하, 순부채 비율 100% 이하, 현금성 자산 대비 단기 부채 비율 100% 이상 등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은행권 대출을 제한했다. 이후 당연히 주택 가격 지수는 하락하고 부동산 투자는 증가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하락 폭이었다. 2022년 중국 부동산 투자는 전년 대비 10%나 급감했다. 중국 정부가 곧 규제 정책을 대폭 완화했지만, 기대했던 반등은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2023년 들어 10개월 동안 부동산 투자는 전년 대비 9.3% 감소했고 미분양 공간은 18.3% 증가했다.

오늘날 점점 더 많은 부동산 개발 업체가 높은 부채 비율과 유동성 부족으로 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부동산 개발 업체인 ① 헝다(에버그란데)는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중국 규제 당국은 헝다의 채무불이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일회성 이벤트라고 주장하지만 부동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중국은 항상 이 문제를 잘 해결해 왔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와 대규모 채무불이행이 중국의 시스템적 금융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은 작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중국의 은행 대출 잔액은 총 234조5000억위안(약 4경2913조원)으로 모기지 대출은 39조위안(약 7137조원), 전체의 16.6% 수준이며 부동산 개발 업체에 대한 신용 대출은 13조위안(약 2379조원)으로, 전체의 5.6%에 불과하다. 대출자에 대한 높은 기준과 거액의 계약금 요건을 고려할 때 중국 모기지 대출의 질은 높은 편이다.

은행들이 직면한 문제는 대규모 대출 연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아니라 대출자들 사이에서 주택담보 대출을 조기에 상환하려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은행의 부실 대출 비율은 현재 2% 미만으로 매우 낮지만, 정부가 부동산 개발 업체(및 전후방 기업)의 재정 악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부실 부동산 개발 업체 청산이나 구조조정 이외에 정부 관리 체제(Conservatorship)나 임시 국유화를 통해 부실 위험이 있는 부동산 개발 업체를 정부의 통제 아래 두고 금융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유동성이 필요한 개발 업체에 이를 공급할 수 있고 ‘급매물(fire sales)’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개발 업체의 금융·물리적 자산을 매입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정 상태와 ② 통화 확대 정책을 채택할 여력이 있는 중앙은행을 보유한 중국은 부동산 업계의 부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도 잘 헤쳐 나가길 기대한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① 헝다는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로, 2021년 227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역외 채권을 갚지 못해 공식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작년 말 기준 헝다의 부채는 3400억달러(약 455조원)로 중국 GDP의 2%에 달한다. 2021~2022년 누적 손실액은 5819억위안 규모다. 헝다 주식 거래는 지난해 3월 21일부터 정지됐으며, 올 8월에는 미국 맨해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홍콩 고등법원은 당초 12월 4일 예정됐던 헝다의 청산 소송 심리를 내년 1월 29일로 연기하면서, 8주간 부채를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고 밝혔다. 심리 연기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② 통화 확대 정책은 경기 침체 시기에 중앙은행이 공채 매입, 지급 준비율 인하, 대출 확대 등 방법을 통해 통화량을 늘리거나 이자율을 인하해 경제를 안정화하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늘려 총수요를 증가시킴으로써, 물가 수준을 높이고 고용을 확대해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준다.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