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만드는 기업의 포용성

신동우 나노 회장 2023. 12. 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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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우리 사회에서는 졸업한 대학과 직장이 사회적인 지위다. 우리는 세상과 타인이 그 지위를 통해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며 우월감을 느낀다. 이에 대부분의 수험생이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을 원하고 그중 더 평판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 더 강한 우월감을 얻고자 몇 해에 걸쳐 재수하거나 편입을 시도한다. 청년은 가능한 한 수도권에서 직장을 찾고 있고 청년 인구 5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2021년 국제 연구기관(Pew Research Center)에서 주요 17개국 1만90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했다. 전 세계 주요 선진국은 가족을 절대적 1위로 답했다. 그리고 직업, 건강, 친구, 돈순이었다. 한국은 유일하게 남녀 구분 없이 전 연령에서 돈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른 선진국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답한 직업은 한국에는 순위권에도 없었다.

신동우 나노 회장케임브리지대 이학 박사, 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이사장, 현 한양대 특훈교수, 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수능 점수에 따른 대학 배치표 순서대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은 학력과 인격에 무관하다. 돈은 창의성, 용기, 인내력 등을 요구하나 운에 상당히 좌우된다. 타고난 운도 중요하다. 첨단 학문을 이용한 기술 기업을 창업하는 경우가 있으나 기술 전문가가 사업을 더 잘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대학 공부가 돈을 더 잘 벌게 해주는 길을 알려 주지는 못한다. 돈은 시장에서 실패를 통해서 벌 수 있다. 돈을 목표로 한다면 명문 대학이 정답이 아니며 힘든 자격시험은 더욱 답이 아니다. 돈 욕심은 늘 현재 가진 것보다 앞서간다. 그러기에 누구도 돈을 원하는 만큼 가질 수는 없다. 그래서 돈을 1순위 가치로 두는 인생은 어디에서도 위로받을 길이 없다. 이혼, 비혼, 저출산, 수도권 집중, 영끌, 청소년·노인 자살률, 청년 남녀 갈등, 친족 살인 등은 결국 돈과 경쟁심이 큰 원인이다.

우리는 원하는 만큼 돈을 가지면 만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인생은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대체하고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이다. 결국 돈이 약속한 불안 해소는 지켜지지 않는다. 경쟁심의 크기만큼 질투와 불안의 그늘도 깊다. 그리고 거의 모든 인생은 예외 없이 실패, 사고, 질병을 겪는다. 일부 국가에서는 전쟁도 마주친다. 이 모두는 우리에게 돈에 버금가는 불안과 고통을 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이 역할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성인은 직장에 고용돼 있다. 직장의 1순위 경영 목표를 임직원의 불안을 줄이고 고용 안정감과 직업의 자부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런 이념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를 창업했고 매사의 의사 결정은 이 이념을 잣대로 하고 있다.

탈질촉매 전문기업 나노는 25년 전 대학 실험실에서 ‘사원의 행복’을 경영 이념으로 창업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이 초미세먼지를 제거해 맑은 공기로 세상의 생명을 살린다고 자부하게 했다. 회사 전광판은 오늘 생산되는 제품이 어느 나라 어느 장소의 공기를 맑게 하는지 알려 준다. K방산이 폴란드에 수출하기 훨씬 전인 2017년부터 폴란드 국영 화력발전소에 제품을 공급했고, 공기가 최악인 인도의 국영 발전설비 회사에 기술을 수출해 제품 제조 공장을 지어줬다. 직원들의 노동 강도와 노동시간은 지속해서 줄여가고 있다. 3년 전부터 금요일 4시 퇴근을 실행했고 2024년에는 3시 퇴근으로 앞당긴다. 우리나라 제조 중소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주 4일 근무를 시행할 것을 약속했다. 매달 5개 자회사 경영 성과를 회사 곳곳에 설치한 미디어 게시판을 통해 전달하고 이에 맞춰 급료와 복지를 향상해 왔다. 개인 성과와 연동한 인센티브·승진·임금피크제도는 채택하지 않으며 정년을 보장하고 연공서열을 중시한다. 매주 부서별로 구성원이 선택한 메뉴로 최고경영자와 오찬을 하고, 직원들과 한 달에 한 번 맛집 순례 후 찻집에서 수다를 떤다. 창업에 참여한 4명이 25년째 근무하고 있다. 현재 직원 가운데 20대와 30대 청년이 60%다. 어느 때부터 회사 근무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직원이 늘어났다. 덜 경쟁적이고 더 포용적인 직장이 개인의 행복을 향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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