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산 없다며 ‘공공야간 약국’ 사업 접는 서울시
서울시가 심야시간에 운영되는 공공야간약국 지원 사업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조4000억원 줄어든 45조7000억원으로 편성하면서 야간약국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시의회도 이를 그대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아무리 세수가 부족하다고 해도 시민 건강에 직결되는 의료 안전망 사업은 중단해선 안 된다. 서울시의 시정철학이 대체 뭔지 의심케 하는 사업중단이다.
서울시는 2020년 9월부터 평일과 토·일요일, 공휴일에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문을 여는 공공야간약국을 지원해왔다. 올해 25개 자치구의 33곳 약국을 지원하는 데 예산 12억37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내년도 야간약국 예산이 전액 삭감돼 이달 말로 사업이 종료된다. 야간약국은 심야·휴일 같은 취약시간대에 경증·비응급 환자들, 자녀 해열제 등을 사려는 부모들에게 의료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야간약국이 중단되면 시민들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데도 서울시는 대안 없이 “안전상비의약품 중 13개 품목은 연중무휴 편의점에서 구매 가능해 의료 공백 우려가 크지 않다”며 합리화한다. 무책임하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은 제한된 반면, 야간약국은 약사의 정확한 설명과 함께 안전하게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시민 만족도가 높았다. 의료 공백이 없다면 왜 마포구와 노원구가 서울시 예산 폐지에도 불구하고 구예산을 들여 야간약국을 2곳씩 계속 지원하기로 했겠는가.
서울시는 또 최근 서울여성공예센터에 입주한 16개 기업에 내년 2월까지 퇴거하라고 통보했다. 여성공예센터는 여성 공예 초기 창업가들에게 공간을 임대하고 판로 개척을 지원했는데, 올해 18억원인 운영 예산이 80% 넘게 삭감됐다고 한다. 센터 부지를 ‘경제 활성화 거점 지역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는 서울시의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방자치단체가 세수 감소로 전체 예산을 줄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예산 배분에는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불요불급한 예산은 줄이되,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버팀목이 될 예산은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몇십억원의 예산이 적다고 할 수 없지만 서울시 예산 규모라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서울시는 예비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관련 사업을 지속할 방안을 강구하기 바란다. 이것이 오세훈 시장의 시정 방향인 ‘약자와의 동행’에도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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