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대신 포성, 거리선 침묵행진… 전쟁이 부른 ‘핏빛 성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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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 용서의 상징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했어야 할 올해 크리스마스가 중동과 유럽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이 뿌린 피로 얼룩졌다.
매년 성탄절마다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예수 탄생지 베들레헴은 전 세계에서 순례자들이 몰려들어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가 펼쳐지지만,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현지시간) 이곳의 거리는 고요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들레헴의 성탄절을 상징하는 거대 트리 점등식도 취소됐고, 크리스마스 전야 거리 행진도 '무음 행진'으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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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순례자들 모이던 베들레헴
이·하마스 전쟁에 성탄행사 실종
이, 고강도 공습… 사망 100명 넘어
‘2번째 성탄’ 우크라도 포탄 쏟아져
교황 “인질 해방·평화 간청” 호소
사랑과 평화, 용서의 상징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뻐했어야 할 올해 크리스마스가 중동과 유럽에서 이어지고 있는 전쟁이 뿌린 피로 얼룩졌다.
포탄으로 만든 트리 러시아와의 전쟁이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1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포탄 장약통과 로켓 부품 등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곁을 지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연합뉴스 |
베들레헴의 성탄절을 상징하는 거대 트리 점등식도 취소됐고, 크리스마스 전야 거리 행진도 ‘무음 행진’으로 대체됐다. 트럼펫과 드럼 등을 연주하며 퍼레이드에 참여했을 아이들은 전날 거리에서 ‘죽음 대신 삶을’, ‘우리의 마음은 가자에’ 등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조용히 행진했다.
성탄 전야 미사를 위해 베들레헴을 찾은 피에르바티스타 피차발라 예루살렘 라틴 총대교구장(추기경)은 흑백 체크무늬의 팔레스타인 전통 스카프를 두르고 나타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향한 연대를 표현했다.
피차발라 추기경은 “매우 슬픈 성탄절”이라며 “우리는 끔찍한 전쟁 속에 있고, 우리의 마음은 가장 먼저 가자지구와 그 사람들에게 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휴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폭력은 폭력만을 낳는다.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발표한 성탄절 담화에서 하마스의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의 휴전을 촉구했다. 교황은 “지난 10월7일 끔찍한 공격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여전히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의 해방을 거듭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를 끔찍하게 희생시키고 있는 군사 작전을 중단하고, 절박한 인도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 제공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크라이나를 위한 평화를 간청한다”며 “전쟁에 시달리는 이들과의 유대감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성탄 연휴 동안 공격 강도를 더욱 높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성탄절 당일까지 공습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마가지 난민캠프와 그 인근에서 최소 78명, 칸유니스에서 23명 등 하룻밤 사이 사망자만 100명을 넘겼다. 주말 동안 이스라엘 군인 17명도 목숨을 잃었다.
종전 촉구 행진 나선 스카우트 대원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거리에서 현지 스카우트 대원들이 ‘우리는 죽음이 아닌 삶을 원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거리에 서 있다. 베들레헴=AFP연합뉴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의 성 소피아 대성당 앞에서 촬영한 성탄 전야 연설을 통해 “결국 어둠은 지고 악은 패배할 것”이라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
유럽 곳곳에서도 성탄절을 맞아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독일 경찰은 전쟁으로 자극받은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이 쾰른 대성당을 공격할 것이라는 경고를 접수하고 지난 23일 성당을 수색했다. 오스트리아·프랑스·스페인도 성탄절 연휴 동안 기독교 행사에서 테러 대응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윤솔·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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