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불복 `소상공인 캐시백`… 은행 순익따라 환급액 천차만별

김경렬 2023. 12.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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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고객 대상 순익 10% 지원에
순익따라 은행별 지원액 큰 차이
자본 없는 지방銀 차주 불만터져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에서 체육관을 열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A(50) 씨. A 씨는 집 근처 B은행 창구를 이용했다. 체육관을 열고 물품을 구매한 뒤 관원을 늘렸지만 5% 넘는 이자는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A 씨는 최근 은행권이 당기순이익 비율대로 배분해 이자를 돌려준다는 소식을 듣고 반색했다. 하지만 이 은행의 순이익을 듣고 풀이 죽었다. 업계 1위인 국민은행 순익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시백 금액이 그만큼 줄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차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자 환급(캐시백) 방안을 마련한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안'. 은행들은 이번 지원책을 통해 개인사업자대출 차주를 지원키로 했다. 금리가 연 4%를 초과한 대출(2억원 한도)에 대해 납부 이자액 중 일정 부분(감면율 90%)을 돌려준다는 것이다. 차주 1인당 최고 300만원까지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실제로 약 187만명이 1인당 평균 85만원을 수령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자기 은행 고객을 대상으로 자기 은행 예산을 집행 한다'는 지원 기준에 헛점이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은행별 당기순이익의 10%를 각각 지원키로 합의했다. 18개 은행의 총 지원 규모는 약속한 2조원에 달하지만, 대출을 받은 은행이 어디냐에 따라 캐시백 금액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지원책을 마련한 태스크포스(TF) 내에서도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이익이 적고 자본 여력이 떨어지는 지방은행의 경우 이자 환급액이 적을 수 있어,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냐"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TF에 참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고객들의 불만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자율성에 집중하다보니 일률적인 기준을 만들지 못했다. 순익이 낮은 지방은행이나 만년 적자인 토스뱅크 등에서 고객들의 원성이 터져 나올 수 있다"면서도 "해당 은행 수장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KB국민은행이 2조8554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하나은행 2조7664억원, 신한은행 2조5991억원, 우리은행 2조2898억원, NH농협은행 1조6052억원 등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도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지원액이 크게 차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금융그룹 내 은행간에도 지원액이 다를 수 있다.

JB금융그룹의 계열 은행들을 살펴보면, 3분기 누적 순익은 전북은행 1357억원, 광주은행 2131억원이다. 수치적으로 보면 지원금은 광주은행이 전북은행보다 많지만, 부실 직전인 요주의 대출은 전북은행이 2000억원 가량 많다. 전북은행은 은행권에서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다. 지난 10월에도 5.10%를 기록, 19개 은행 중 알차게 이자장사를 했다. 하지만 실제 지원은 광주은행보다 적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제주은행의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지역 차주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음에도 당기순이익이 작아 지원금은 신한은행에 비해 훨씬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은행 차주들의 충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축은행의 이자 환급 지원책도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별로 자금을 내놓는 지원안과 달리, 국회가 내년 중소금융권 이차보전 사업 예산(중진기금)으로 3000억원을 확정했다. 제2금융권에서 연 5~7% 금리로 대출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원책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중진기금이 쓰이다보니 자율에 맡긴 은행보다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책은 이자부담이 커지는 차주들의 대출 연착륙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부실 대출에 대한 직접 지원은 아닌데다 은행별 기준이 달라, 순익이 높은 곳에서 받은 차주들에게 더많은 지원이 돌아가는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연말 이익 배당으로 주주환원에 나서는 은행들은 눈치를 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배당을 늘리거나 부실채권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충당금을 많이 쌓을 경우, 은행 순익이 감소해 개인사업자대출 차주 환급액이 줄어들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방향은 자율성에 초점 두고 있다. 은행별로 건전성과 부담여력 등을 감안해 지원금액 한도, 감면율 등 지원 기준도 조정할 수 있다"며 "같은 조건이라도 이자 캐시백 금액이 달라 차주별로 복불복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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