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유죄 판결' 노숙자에 책·10만 원 건넨 이유는

부산에서 근무하는 한 법관이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기소된 50대 노숙인을 집행유예로 풀어주면서 따뜻한 위로와 함께 책과 현금 10만 원을 건넨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에 따르면 형사1단독 박주영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2년을 명령했습니다.

노숙인 A씨는 지난 9월 28일 오전 1시쯤 부산의 한 편의점 앞에서 다른 노숙인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이 벌어지자 손수레에서 흉기를 꺼내 B씨를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 선고 직후 A씨에게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유지하려고 하느냐. 주거를 일정하게 해 사회보장제도 속에 살고 건강을 챙기시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A씨에게 중국 작가 위화의 책 '인생'과 현금 10만 원을 건네며 "나가서 상황을 잘 수습하고 어머니 산소에 꼭 가보라"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 부장판사의 이 같은 사연은 법정에서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에 의해 전해졌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한 언론에 "절대 개인적인 미담으로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술에 취해 칼을 들고 B씨를 위협한 정황이 상당히 위험하기는 하나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범죄 전력이 없으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그 밖의 기록 등을 종합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