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복판 삼성·현대 '초대형 플랜트'…사우디 동부 지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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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만과 접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해안은 작은 어촌들로 이뤄진 지역이었다.
1930년 세계 최대인 가와르 유전이 개발된 이후 1980년 주바일 산업항 준공으로 지금의 석유 생산과 수출 거점이 됐다.
이달 초 찾은 현대건설의 마잔가스처리 플랜트 패키지 12 현장은 내년 12월 준공을 앞두고 활기가 넘쳤다.
삼성물산이 짓는 타나집 플랜트는 하루 2만4000t의 담수를 생산하는 담수 플랜트와 전력 940㎿, 스팀 1100t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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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바일 신화 50년 '마잔 개발 프로젝트' 현장 가보니
현대건설, 마잔가스처리 플랜트
한국인 100명 등 4700명 땀흘려
사우디 최대 규모…내년말 준공
삼성물산, 타나집 열병합 발전소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단독 수행
시공기간 대폭 단축…기술력 입증
페르시아만과 접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해안은 작은 어촌들로 이뤄진 지역이었다. 1930년 세계 최대인 가와르 유전이 개발된 이후 1980년 주바일 산업항 준공으로 지금의 석유 생산과 수출 거점이 됐다. 바로 1970년대 ‘중동 붐’이 시작된 현장이다.
이곳에선 ‘신중동 붐’의 역사가 다시 쓰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마잔가스처리시설을 포함해 자푸라, 아미랄 등 세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삼성물산도 주바일 타나집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발주처로부터 단독 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추가 수주 기대가 커지고 있다.
플랜트 분야에서 수주 ‘현재진행형’
이달 초 찾은 현대건설의 마잔가스처리 플랜트 패키지 12 현장은 내년 12월 준공을 앞두고 활기가 넘쳤다. 용접한 파이프를 지상 배관에 설치하는 작업부터 중앙제어실, 변전소, 유수 처리시설 등을 짓는 일까지 주요 공정만 10개에 달한다. 100m 높이의 플레어스택(폐가스 연소시설) 8개도 사막 한가운데로 옮겨져 설치 중이었다. 향후 가스가 생산되면 이 플레어스택에서 365일 꺼지지 않는 불꽃이 솟아난다. 마잔가스처리시설은 사우디 아람코가 짓고 있는 가장 큰 규모의 가스 플랜트다. 하루 최대 40억세제곱피트(ft³)의 가스를 처리할 수 있다.
현대건설이 맡은 패키지 12는 총 20여 개 패키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2019년 수주 당시 패키지 6과 함께 수주금액이 총 28억달러(약 3조6400억원)에 달했다. 한국인 직원 100여 명을 포함해 총 47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이 현장은 가스 처리에 필요한 유틸리티(다목적시설)를 짓는 공정이어서 나머지 패키지보다 신속하게 짓는 게 중요하다. 공사에 들어가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자재 수급 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공 효율성을 끌어올려 차질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3차원(3D) 모델링으로 자재 수급을 확인하는 AWP라는 스마트 기술을 처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문영 현대건설 현장소장(상무)은 “대규모 공사 현장일수록 자재 공급과 재고 관리 업무가 만만찮다”며 “시공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AWP, 자동용접 등의 신기술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A부터 Z까지 단독 수행 능력 입증”
삼성물산이 짓는 타나집 플랜트는 하루 2만4000t의 담수를 생산하는 담수 플랜트와 전력 940㎿, 스팀 1100t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로 이뤄져 있다. 마잔가스처리시설에 전력, 공정 스팀, 공업용수를 공급하게 된다. 삼성물산이 기본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모든 과정을 단독 수행한다.
플랜트 공사는 토목과 건축은 물론 기계, 배관, 전기, 소방, 설비까지 모든 공종이 유기적으로 조합을 이뤄야 하는 종합 건축이어서 시공 관리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현장은 시공 계획(공정률 66.7%·지난달 말 기준)보다 진도율(74.6%)이 앞서 나가고 있다. 현지 발주처의 ‘무한 신뢰’를 확보한 비결이다. 삼성물산은 우수한 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인근 주바일 산업단지 내 열병합발전소 2개 공사의 추가 수주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현 삼성물산 현장소장(상무)은 “폐열회수 보일러(HRSG) 모듈화 기술을 적용해 기존 3개월 걸리는 설치 일정을 한 달로 단축했다”며 “현지에서 기본설계, 상세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까지 발전소의 모든 업무를 단독 수행할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곳곳은 대형 건설회사의 치열한 수주 전장이다. 여전히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하지만 설계·조달·시공(EPC) 기술력을 갖춘 건설사가 살아남을 것이란 설명이다. 김 상무는 “성능과 공기, 품질 면에서 저가 건설사가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성능을 보여준다면 기회는 계속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바일(사우디)=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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