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부모·동생 대피시키고... 홀로 숨진 아들, 부친은 절규했다
“다 같이 탈출했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데리고 왔어야 했는데. 가족들 다 살리고 네가 죽으면 뭐하니.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 어떻게 아버지보다 일찍 가니.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25일 오후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병원 장례식장.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절규가 텅 빈 장례식장 복도를 울렸다.
이날 새벽 아파트 3층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윗층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같은 라인 10층에서 70대 부모 및 동생과 함께 잠을 자고 있던 임모(37)씨는 화재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도봉소방서와 도봉경찰서 등에 따르면, 119에 화재 신고를 최초로 한 것도 임씨였다.
119에 화재 신고를 한 임씨는 서둘러 가족들을 깨워 대피시켰다. 임씨는 마지막으로 집에서 탈출했으나 11층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임씨의 사인을 연기 흡입에 따른 질식으로 추정하고 있다.
임씨의 유족 A씨는 “가족들을 다 깨워서 대피시키고 제일 마지막에 나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안다”며 울먹였다.
도봉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쯤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인원 150명에 장비 40대를 투입해 신고 접수 약 1시간 40분 만인 오전 6시 37분쯤 불길을 잡았으나, 이날 화재로 가족을 먼저 대피시키고 뒤따르던 임씨를 비롯해, 7개월 아기를 안고 1층으로 뛰어내린 30대 아버지 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과 경찰 당국은 현장 감식에 착수, 피해 규모와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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