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교육·VR 여행·MR 상조…경험못한 신기술 도입해야 시장 선도"

강경주 2023. 12. 25.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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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교원의 뿌리는 교육사업
에듀테크 R&D에 꾸준히 투자
메타버스·AI튜터 등 IT기술 접목
경영 원칙은 '평생 인연'
영업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것
99도를 100도로 올리는 것과 같아
사업 다각화로 미래준비
여행 브랜드 '여행이지' 성장기대
상조전용 앱으로 장례 플랫폼 혁신
만난 사람 =김동욱 중소기업부장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에듀테크 사업 강화 방안 및 사업 다각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맨손으로 창업해 매출 1조원대 교육·생활 관련 그룹을 일군 장 회장은 성공의 비결로 “정직과 신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원그룹 제공


“학생 수가 줄어 위기 아니냐고요? 교원그룹은 일찍부터 사업 다각화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더 비상할 겁니다.”

학령 인구 감소가 눈앞의 위기로 다가왔다. 찬바람을 피부로 느끼는 게 교육업계다. 하지만 ‘빨간펜’과 ‘구몬학습지’로 널리 알려진 1세대 교육업체 교원그룹을 일군 장평순 회장은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장 회장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IT를 기반으로 에듀테크 시장을 이끄는 데다 여행, 상조 등 다양한 사업도 순항 중”이라고 힘줘 말했다.

교원그룹의 모태는 1985년 서울 인사동에 자본금 3000만원으로 설립한 중앙교육연구원이다. 웅진출판사 학습지 방문판매사원 출신인 장 회장은 타고난 영업력으로 1년 만에 전국 판매왕 자리에 올랐다. 학습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창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학습지에 문제와 해설, 요점 정리를 모두 수록한 ‘빨간펜’과 ‘구몬학습지’를 선보이며 1990년대 학습지업계를 평정했다.

장 회장은 이후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혔다. 2000년부터 전국 각지의 부동산을 매입해 호텔을 지었고 2002년엔 교원L&C를 설립해 정수기와 비데 등 생활가전사업에 뛰어들었다. 2011년엔 상조회사 교원라이프를 세웠다. 여행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 1조4500억원을 올렸다. 앞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전 생애주기를 총괄하는 사업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교원을 창립한 지 40년 가까이 됩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큰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단 3명으로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중요했죠. 자리 잡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그에 앞서 영업사원 시절엔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습니다. 제가 말이 좀 어눌합니다. 하지만 영업은 말이 아니라 끈기와 신뢰로 하는 것입니다. ‘장사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가 오늘의 교원그룹을 만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엔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였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고비를 넘겼습니다.”

▷‘영업왕’으로 유명했는데요. 비결이 있었습니까.

“결과를 바꾸는 것은 작은 차이입니다. 평소 직원들에게 물 끓는 점인 99도와 100도의 차이에 대해 자주 말합니다. 99도의 물로는 증기 기관차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영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에게 아무리 상품 설명을 잘했어도 판매되지 않았다면 99도의 물과 같은 것입니다. 99도를 100도로 높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반복이 중요합니다. 개인기만으로는 한두 달 잘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반복을 통해 수준이 높아져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끈기가 생깁니다. 적당히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적당한 노력으로 성공하길 바라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교육사업은 교원그룹의 뿌리입니다. 하지만 최근 학령 인구가 줄어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학령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교원그룹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역량이 있습니다. 외환위기 때도 매달 2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했죠. 2008년 금융위기도 극복하며 이듬해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교원그룹은 수년 전부터 다양한 변화를 추진했습니다. 교육 사업에서는 다양한 에듀테크 상품을 선보였고요. 시장 변화에 맞춰 여행 등 생활문화 분야로 진출하는 등 미래 성장 기반 창출을 위한 큰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고객도 경쟁사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술 도입이 중요합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융합현실(MR) 등 지금까지 고객이 경험하지 못한 신기술을 남보다 앞서 준비해야 시장을 이끌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에듀테크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교원그룹은 2015년 종이 학습지와 태블릿PC를 결합한 ‘스마트 빨간펜’을 선보이며 에듀테크에 첫발을 뗐습니다. 1 대 1 학생 관리 등 학습지만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전용 스마트펜과 태블릿PC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메타버스와 AI튜터를 구현한 초등 1~6학년 대상 전 과목 AI 학습지 공부방 ‘아이캔두’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구몬 교재에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구몬N’ 서비스도 고도화를 꾀할 방침입니다. 에듀테크에 2021년 330억원, 지난해 4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5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디지털 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AI-DX센터’ 연구 인력을 2019년 160명 규모에서 올해 300명까지 늘렸습니다. 에듀테크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릴 계획입니다.”

▷교육, 여행, 상조, 웨딩, 호텔, 생활가전 등 교원그룹의 사업 분야가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생각입니다.

“경영 제1원칙은 ‘고객의 행복한 삶을 위한 평생 인연’입니다. 최고의 상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죠. 상품을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인연을 이어간다는 게 제 철학입니다. 고객과 맺은 인연을 평생 이어 나가고자 아이들의 교육부터 먼 미래까지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서비스로 고객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상조 사업은 국내 3위인데 조금 있으면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5위 수준인 여행 분야도 3위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상조 전용 맥주를 출시하거나 상조 앱 같은 서비스는 그간 볼 수 없었습니다.

“삶을 능동적으로 마무리하고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웰 다잉’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실버산업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장남인 장동하 기획조정실장을 중심으로 모든 임직원이 기존 상조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전국 7개 직영 장례식장과 장례 관련 서비스를 아우르는 장례 브랜드 ‘교원예움’을 출시한 게 대표적입니다. 대대적인 브랜드 통합 작업을 추진하고 장례식장 전용 맥주 ‘내곁에일’을 선보였습니다. 그 결과 교원라이프 선수금이 1조원을 넘어서며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췄습니다.”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두루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일관하는 사업 철학이 있는지요.

“무조건 돈만 벌려고 하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최고경영자는 잘못된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리더는 현재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도 지녀야 합니다.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과 함께 방향을 잡아가야 합니다. 잘못된 것을 빨리 고치는 습관도 지녀야 합니다. 오류는 즉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초기에 잡지 못하면 나중에는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2025년이면 창사 40주년을 맞습니다. 앞으로 40년간 그룹은 어떻게 이끌 생각입니까.

“앞으로 40년은 기본적으로 후대가 담당할 일이지요. 하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습니다. 특히 여행업이 기대됩니다. 교원투어의 여행 브랜드인 ‘여행이지’는 온·오프라인 채널을 동시 공략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류업 진출에도 속도를 낼 생각입니다. 물류 계열사인 교원스타트원은 기존 물류 거점인 서울 성수와 경기 안성, 파주 등에 이어 여주에 추가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교원그룹은 교육·호텔 등 10개 계열사…"신사업으로 연매출 2조"

‘구몬학습’ ‘빨간펜’으로 성장한 교원은 국내 교육 기업 중 유일하게 연 매출 1조원을 넘긴다. 교육과 호텔·레저, 생활가전 등을 축으로 삼고 있다. 계열사로는 교원구몬, 교원프라퍼티, 교원투어, 교원라이프, 교원인베스트, 교원스타트원 등 10개사가 있다.

내년엔 교원투어를 통해 여행 사업을 강화하고 교원예움으로 상조업 사업의 고삐를 죌 예정이다. 물류업 진출에도 속도를 낸다. 생활가전 등을 만드는 교원웰스는 매트리스, 정수기 등 위생 가전과 펫 가전, 꽃모종 정기 구매와 같은 렌털 사업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키클랩’ 브랜드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서울 을지로와 종로 등에 다수의 대형 빌딩도 보유하고 있다.

■ 장평순 회장은…

△1951년 충남 당진 출생
△1968년 인천고 졸업
△1978년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
△1985년 ㈜교원 설립
△1999년 국무총리 표창
△2004년 제18회 ‘책의 날’ 대통령 표창
△2007년 옥관문화훈장 수훈
△2008년 새 CI 선포
△2012년 사회공헌 ‘바른인성 캠페인’ 시작
△2021년 여행사 KRT 인수
△2023년 장례 브랜드 ‘교원예움’ 출시

정리=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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