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이 좌우한 예산심의, 총선 앞둔 민심·부산 달래기?
나라살림연구소, 2024년 예산 국회 심의 분석
소소위가 좌우, 지역 및 종교예산 증액 두드러져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증액·감액 대부분을 회의록 없이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선을 앞둔 국회가 '총선 득표 전략' '현수막 예산' 등을 다수 증액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의 24일 리포트(2024년 예산 국회 심의 현황·문제점·개선방안)에 따르면 국회는 증액 예산 4조5000억 원을 모두 비공식 소소위에서 결정했다. 감액된 예산 4조7000억 원의 90%에 달하는 4조2000억 원 역시 소소위에서 결정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원회의 소위원회를 말하는 소소위는 논의 효율성을 명목으로 예결위원장과 교섭단체 정당 간사,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며 회의록 등 기록이 남지 않는 비공식 협의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의 공식 예산안 심의 과정에선 약 9000개의 세부사업 중 661건에 대한 심의만 이뤄졌고, 그 중에서도 원안 유지 및 수정 합의를 이룬 세부사업은 약 350건(약 5000억 원)에 그쳤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국가 기밀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기밀에서 해제되는 것이 기본”이라며 “'비공개 밀실 협의체'는 추후에 공개될 수 있는 속기록 자체를 아예 작성하지 않는다. 공개의 수준과 범위는 사회적협의가 필요 하더라도 속기록 작성은 즉시 시행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는 예산심의의 효율성 등을 위해 비공개 회의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약 비공개 회의체가 필요 하더라도 속기록이 작성되지 않을 필요는 전혀 없다”며 “비공식적 밀실협의체인 소소위가 지속되는 이유는 예산안 심의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기국회는 9월부터 시작하나 국감이후 실질 예산안 심의는 11월부터 시작한다. 이에 국감시기를 6월 등으로 옮기거나 상시국감 체계로 전환하고 예산안 심의는 9월 정기국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예산이 증액된 사업은 교육부가 교육청에 교부하는 '디지털교육혁신 특별교부금'(5333억 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보통교부금과 특별교부금 비율을 조정하면서 나타난 재원 조정 결과로 풀이된다. 실질적인 예산 증액 규모가 큰 사업은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3000억 원), 소상공인 전기요금 한시 특별지원(2520억 원), 보라매 최초양산 사업(2387억 원) 등 지역 관련 예산으로 나타났다.
증액 내역 중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종교관련 사업이 눈에 띈다. 국제선명상 대회(6억 원), 코리안크리스천필하모닉콘서트(3억 원), 생활속에 공감하는 수행문화(2억7000만 원) 등 '종교문화활동지원' 사업 예산이 20억 원 증액됐다. 서울, 경기, 대구, 광주, 울산,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전남, 제주 등 지역의 '종교문화시설 건립' 예산은 국회 심의를 거치며 77억 원 증액됐다. 전통 사찰 보수 정비 예산 등이 책정된 전통종교문화유산보존 세부사업은 69억 원 증액됐다.
실제 사업 수행여부와 직결되지 않는 타당성 조사 용역 사업예산이 21건 증액되고, 도로 등 지역개발 사업이 증액되는 등 총선을 앞두고 홍보성으로 활용될 우려가 높은 증액 사례도 지적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타당성 용역 금액을 증액한 국회의원은 대형 사업의 국비 예산을 확보했다고 홍보할 수 있으며, 기획재정부도 수억 원 정도의 타당성 용역 증액으로 예산 제약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게 된다. 특히 총선이 있는 2024년은 수억 원의 타당성 용역 금액 증액으로 특정 대형사업의 국비예산을 확보했다는 홍보가 더욱 필요 할 수 있다”고 봤다.
지역개발 사업 관련해선 “중장기적인 지역 발전 전략이 아니라 단순 민원성 사업 증액은 전체 국가 예산의 효율적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며 “규모와 성격이 각각 다른 다수의 지역 도로 사업 증액 금액이 30억 원, 20억 원, 10억 원으로 동일하게 증액되었다는 점에서 면밀한 평가에 따른 요청이라기 보다는 일정 금액을 '나눠먹기'식으로 분배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추가되거나 증액된 사업은 특히 부산지역에 집중됐다. 부산 세계자원봉사대회 개최지원(5억 원), 부산국제보트쇼(2억3000만 원),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개최 지원(3억 원), 부산 국제마케팅 광고제(1억 원), 마부산 마리나비즈센터건립(20억 원),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 유통시설개선(14억 원), 부산도지철도 오륙도선 건설(30억 원) 등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따른 민심달래기”로 해석하며 “최소한 지역배분에도 형평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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