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디자인 사대주의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2023. 12. 2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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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적 설계업체와 건축가 이름이 자주 들린다.

한 건축가에게 "설계시장이 세계화하면 우리 업체도 경쟁력이 더 생기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역시나 냉소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해외 설계업체와 건축가에게 맡기는 공공·민간 건축물도 많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요즘은 재건축 조합이 먼저 세계적 건축가의 설계를 요청하기도 한다"며 "다들 '하이엔드'를 원하다 보니 건설사마다 해외 설계업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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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좋아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헤르조그 & 드뫼롱, SOM, 장미셸 빌모트, 리처드 마이어, 베노이….

요즘 세계적 설계업체와 건축가 이름이 자주 들린다. 한 건축가에게 "설계시장이 세계화하면 우리 업체도 경쟁력이 더 생기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역시나 냉소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해외 업체가 수주해도 실제 설계는 대표가 아닌 직원들이 한다"거나 "그냥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에 맡기는 것"이라고도 했다.

요즘은 지역마다 '랜드마크'라 자칭하는 개발사업이 흔하다. 그만큼 해외 설계업체와 건축가에게 맡기는 공공·민간 건축물도 많다. 동네 아파트와 오피스텔도 건축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에게 설계를 맡겨야 '하이엔드(고급)'라고 명함을 내밀 정도다.

서초동의 미술품 수장고 설계사로 선정된 '헤르조그 & 드뫼롱'은 런던의 테이트모던 갤러리를 비롯해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 베이징 종합경기장을 설계했다. 국내에서는 청담동 송은아트센터를 설계한 바 있다.

서울숲 삼표공장 터에 짓는 복합건물 설계는 미국 업체 'SOM'이 맡았다. SOM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와 미국 뉴욕의 허드슨 야드를 설계했다. 국내에서도 여의도 63빌딩을 설계했다. 여의도 공작아파트의 재건축 설계를 맡은 장미셸 빌모트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엘리제궁, 루이비통 본사를 설계한 프랑스의 대표적 건축가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요즘은 재건축 조합이 먼저 세계적 건축가의 설계를 요청하기도 한다"며 "다들 '하이엔드'를 원하다 보니 건설사마다 해외 설계업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라면 곧 서울 곳곳에 프리츠커상 수상자의 건축물이 들어서게 될 전망이다. 세계적 도시로서 서울 경관을 바꿔 이미지도 개선될 수 있다. 국내 설계업체나 건축가가 해외 랜드마크 건축물을 설계했다는 소식은 없다. 중국과 경쟁하는 해외 도로·공장 등 시공 분야에서만 수주하는 걸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서찬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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