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서 불 … 부모는 두 아기와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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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사이렌 소리가 크게 들려 잠에서 깼는데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가 들려 너무 놀랐습니다. 21년간 이 아파트에 살면서 처음 겪는 일입니다."
서울이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록한 25일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불상사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처음 불이 난 아파트 3층 바로 위 4층에는 박 모씨(33)와 정 모씨(34) 부부, 만 2세와 7개월 두 딸이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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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사망·29명 중경상당해
4층에서 살던 가족 뛰어내려
엄마·아이들 살고 아빠 숨져
소방 당국 3시간 만에 진화
경찰 "범죄 혐의점은 없어"
"새벽에 사이렌 소리가 크게 들려 잠에서 깼는데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가 들려 너무 놀랐습니다. 21년간 이 아파트에 살면서 처음 겪는 일입니다."
서울이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록한 25일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불상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쯤 도봉구 방학동 대상타운현대 아파트 207동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5분 만에 선착대가 도착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에 차량 57대와 인력 222명을 동원했고 주민 200여 명을 대피시켰다. 이후 오전 6시 36분쯤 큰불을 잡은 뒤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인 8시 40분쯤 완전히 진화했다.
이번 화재 사고로 30대 남성 2명과 70대 여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 중 남성 2명은 사망 판정을 받았고 여성은 의식을 회복해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대피 과정에서도 29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다치는 등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 20여 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중이다. 화재가 발생한 집 거주자인 70대 남녀 2명은 밖으로 뛰어내려 생명을 건졌지만 허리 통증과 연기 흡입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처음 불이 난 아파트 3층 바로 위 4층에는 박 모씨(33)와 정 모씨(34) 부부, 만 2세와 7개월 두 딸이 자고 있었다. 불이 덮쳐오자 30대 남편 박씨가 2세 아이를 포대에 던진 후 0세 영아를 안고 뛰어 내렸고 이후 아내 정씨가 뛰어내렸다. 박씨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대원에 의해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정씨는 어깨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자녀들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또 다른 사망자인 임 모씨(38)는 10층에서 부모님, 남동생과 잠을 자다 불이 난 것을 알고 119로 화재 신고를 한 뒤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켰다. 마지막에 옥상 쪽으로 향했으나 결국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인은 연기 흡입에 따른 질식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아파트 3층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26일 소방당국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인근은 이른 오전부터 화재 현장을 확인하려는 주민들로 어수선했다. 인근 동에 거주 중인 A씨는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리기에 처음에는 살인사건 같은 것이 발생한 줄 알았다"며 "뒤 베란다로 나가 보니 소방차와 구급차 수십 대가 오고 주민들이 피신하고 있어 그제야 불이 난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재가 난 3층 바로 아래층인 2층에 거주하던 B씨는 가족들과 함께 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거처를 옮겼다.
B씨는 "창문 바로 앞으로 불똥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층마다 3가구씩 있는 이 아파트는 1층부터 5층까지는 현장 감식 등이 필요해 26일까지 들어갈 수 없다. B씨는 "9층까지도 질식 증세를 보이는 주민이 있다고 한다"며 "설령 다른 곳으로 대피할 수 있다고 해도 내 집을 두고 어떻게 떠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기쁨으로 가득해야 할 성탄절 연휴에 서울 아파트 화재 현장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슬픔에 잠겨 계실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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