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일자리 게임체인저 로봇

전통적인 관점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 직업들은 대부분 창조적인 역량을 요구하는 분야에 속했습니다. 특히 예술과 같은 창의적인 분야는 기계의 영역이 아니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출현으로 이러한 생각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글, 이미지, 동영상 및 음악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으로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창작 활동의 장벽을 낮추고 있습니다.

한편 사라질 것이라고 여겨졌던 물리적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일부 전통적인 직업들, 예를 들어 건설이나 조선, 청소, 고령화 대비 분야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서의 노동력 부족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자동화 기술, 특히 로봇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를 모사하여 지적인 노동을 편하게 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는데, 그에 비해 인간의 신체적 노동을 줄여줘 몸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로봇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데이터들이 쌓였고, 이러한 데이터들을 학습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과 클라우드의 발전이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다면, 물리적 세상에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로봇의 경우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매번 변화하고 다른 비정형화된 환경에서 물리적 상호 작용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기에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로봇 기술의 개발은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며 점점 더 노동력 부족을 겪게 될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도 중요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로봇 기술이 사회에 보다 빠르게 통합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포용성을 바탕으로, 다른 시각의 목표를 찾아 나가기 위하여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혁신적 기술의 적용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로봇 전문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 기술 전문가, 인공지능 전문가, 사용자, 디자이너, 시장 전문가 등이 협력하는 개방된 개발 환경이 중요합니다. 로봇 구현을 위한 요소 기술과 제조 시설의 접근성 향상도 필수적이며, 더 많은 실패를 쉽게 해볼 수 있는 빠른 학습과 혁신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물리적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로봇 개발은 상당한 투자와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IT 개발과 같은 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로봇 기술의 본질과 발전 과정을 간과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인내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입니다.

자식이 힘들고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직업을 갖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고, 부모님이 거동이 불편해지셨을 때 힘들게 생활하시길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부모와 자식의 마음으로 로봇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