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에서 年매출 1천억 '벤처 롤모델'로
웨딩·뷰티·리빙 23년차 사업가
유통산업 기여 연말 상복 터져
2016년 출시 뷰티브랜드 '롬앤'
70여개국 수출 1천억 매출 대박
"변화 읽는 게 중요하지만
변치않는 동료가 경영비결"
"연필을 잘 굴려서 맞히는 게 운이 좋은 게 아니지요. 시험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공부한 곳에서 시험 문제가 나오는 게 운인 것 같습니다."
김태욱 아이패밀리SC 회장이 지난 21일 한국유통대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국내 유통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유통 산업의 글로벌화와 국내 제품 수출 확대에 기여한 기업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다. 이보다 일주일 앞선 14일에는 '2023년 벤처창업진흥 유공' 시상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연말 '상복'이 터진 그에게 수상 소감을 묻자 "예전에 사업하시던 분들이 '운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운이 좋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여전히 그를 가수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김 회장은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지 올해로 어느덧 23년이 됐다. 2000년 '디지털 웨딩 플랫폼 업체' 아이웨딩을 설립하고, 2016년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색조 화장품 분야에 도전해 '롬앤' 브랜드를 출시했다. 올해는 '컬러 케어'라는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 '누즈'를 냈고, 북유럽 프리미엄 침대 브랜드 '옌센'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이며 본격적으로 리빙 시장에 발을 들였다. 그는 "처음 창업했을 때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결국에는 시장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들만의 혁신으로 잘 해내는 것이 벤처가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류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기업에 소비자는 마음을 열었다. 롬앤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제품을 개발·제작하는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했다. 이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강한 팬덤을 형성해 현재 70여 개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2016년 출시된 이후 이듬해 매출 8억원을 올리더니 2020년 808억원을 달성하며 3년 만에 100배 이상 성장했다. 일본의 대표 뷰티 사이트 앳코스메와 대만에서 열린 '왓슨스 HWB 어워즈' 등 각종 차트에서 해외 주요 브랜드들을 제치고 순위에 올랐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이미 1000억원을 넘어섰다. 아이패밀리SC 연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김 회장은 "과거에는 타이밍과 트렌드를 놓친 기업들이 수년에 걸쳐 서서히 무너져 갔는데, 이제는 하루아침에 '언제 그런 회사가 있었냐'는 듯 사라져 버린다"며 "변화에 잘 대응하고 이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절감한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회사의 성공 비결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고객이 지불하는 액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주는 것, 타 업계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쟁하며 뺏고 뺏기는 치킨게임을 하는 대신 우리만의 방식으로 독자적인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간 것, 성공의 틀에 갇히지 않고 더 큰 성장을 위한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더 생각하고 행동한 것이 기업을 키워온 비결"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올해 좋은 일이 많았는데 특히 색조 화장품 종주국인 프랑스의 대표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에 입점하면서 유럽 시장에서도 K뷰티 확장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간 시행착오도 많았다. 사업한 지 6년 만인 2006년 첫 월급을 받을 정도로 초창기에 배고픈 시절을 겪었다. 소비자 마음을 읽지 못해 외면받던 때가 있었다. 김 회장은 "입버릇처럼 '왜 안되지'를 반복할 때가 있었는데 긴 사이클을 뒤돌아보니 안 되는 게 아니라 되어 가고 있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사업은 '변화를 읽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변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김 회장은 "창업할 때 네 명의 창립 멤버가 마치 '4인조 록밴드' 같은 개념으로 똘똘 뭉쳤는데, 아직 한 사람도 탈퇴하지 않고 첫 마음 그대로 23년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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