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차출 장관들 험지로… 野 친명계는 비명 지역구 도전장

김세희 2023. 12. 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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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이재명 저격수 자처
방문규, 野장악 수원 출마채비
박민식 "당에 출마지역 위임"
'친명' 이동주·양이원영 등
비명 지역구에 잇단 출사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총괄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양이원영 의원에게 간사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여야 핵심 인사들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총선을 위해 차출된 윤석열 정부 장·차관들과 대통령실 참모들이 '험지' 출마를 검토하면서 공천 갈등 우려가 사그라드는 양상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비례대표 의원들이 동료인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밀어 향후 공천 경선 과정 등에서 내전이 예상된다.

여권의 차출 장관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의 출마 지역을 당에 맡겨 '자갈밭'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인지도와 정책 역량을 갖춘 차출 인사들이 수도권 '험지'나 그밖에 전략적 요충지에 출마해 총선 승리를 견인해야 한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에 민주당의 주축인 86세대(1980년대 학번·60년대생)와 대비시켜 789(1970·80·90년대생)세대로 교체에 앞장서야 한다는 제안까지 제기된터다.

우선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일찌감치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인천 계양을' 출마를 시사했다.

경기 성남 분당을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던 박민식 국가보훈처 장관은 최근 출마 지역구를 "당에 백지 위임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장관은 험지로 분류되는 영등포에서 86 운동권 세대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맞붙어 수도권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요청에 따라 최근 개각 추가 명단에 오른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고향인 수원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방 장관 등을 앞세워 민주당이 전지역을 장악한 수원에 여당 깃발을 꽂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의원 출신인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된 서울 서초을·경기 분당을 출마에 최근 선을 긋는 분위기다. 국회 복귀를 예고한 박진 외교부 장관도 출마 지역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연고를 강조하며 '텃밭'인 부산에 출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중에서는 김은혜 전 홍보수석 출마지가 관심사다. 당초 '수원'에 출마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총선 영입 인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수원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김 전 수석은 분당을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전국 선거를 지휘해야 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비례대표나 수도권의 상징적인 지역에 출마하는 방안 등 여러 의견이 나온다.

민주당은 현역 비례대표 의원 16명 가운데 최소 7명이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공식 출마 선언을 했거나 현역 의원 지역에 사무소를 차리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비례 초선 김홍걸 의원은 지난 6일 서울 강서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강서갑은 대표적인 야당 우세 지역으로, 당 대변인인 강선우 의원 지역구다.

김의겸(비례대표) 의원은 신영대 의원 지역구인 전북 군산시에서, 유정주(비례) 의원도 서영석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부천시정에서 각각 출판기념회를 열고 지역 활동을 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 비례대표 의원들이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지역구에 도전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동주 의원은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당 대표를 지키고 총선 승리에 선봉장이 되겠다"며 인천 부평구을 출마를 선언했다. 부평을은 비명계인 홍영표 의원이 2009년 재선거에서 당선된 것을 포함해 내리 4선을 한 곳이다.

역시 친명으로 분류되는 양이원영 의원은 비명계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시을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친명계 김병주 의원은 계파색이 옅은 김한정 의원 지역인 경기 남양주시을에 사무소를 열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들이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있는 곳에 출마를 시사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초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것을 일종의 특혜로 볼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전체 지역구 253곳 중 151곳을 차지한 현실에 비춰볼 때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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