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쳐 몸값 1조3356억’ 귀한 몸 오타니-야마모토, 다저스 듀오 역대급 관심 모으는 사연

김태우 기자 2023. 12. 2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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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인 계약 듀오의 주인공이 된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 오타니는 당분간 북미 스포츠 역사에서 깨지지 않을 신기록을 세웠다 ⓒ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LA 다저스는 이번 오프시즌에서 두 일본인 선수에게 합계 10억2500만 달러(약 1조3356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두 선수가 향후 팀의 10년을 이끌어나갈 선수라고 낙점한 것이다.

다저스의 투자는 말 그대로 충격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어쩌면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투자였다. 메이저리그 오프시즌 역사상 한 시즌에 2억 달러 이상 계약을 두 건 만들어내는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도 모자라 3억 달러 이상 계약이 한꺼번에 두 개나 터졌다. 뜯어보면 더 충격적이다. 오타니 쇼헤이(29)와는 10년 총액 7억 달러(약 9121억 원)에 계약했고, 야마모토 요시노부(25)와는 12년 총액 3억2500만 달러(약 4235억 원)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네트워크의 칼럼니스트이자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존 모로시는 24일(한국시간)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메이저리그 역사에 전례가 없는 투자”라고 단언했다. 두 선수에게만 1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하나씩 뜯어봐도 역대급 계약이었다.

우선 오타니는 북미 스포츠 계약 역사를 다시 썼다. 종전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은 전 팀 동료였던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이 기록한 12년 총액 4억2600만 달러(약 5551억 원)였다. 북미 스포츠 최고 기록은 북미풋볼리그(NFL)의 간판 쿼터백 중 하나인 패트릭 마홈스가 기록한 10년 4억5000만 달러(약 5864억 원)였다. 오타니는 이 기록들을 까마득히 추월했다. 당분간은, 어쩌면 오타니의 계약이 만료되는 2033년까지도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야마모토는 게릿 콜이 가지고 있던 메이저리그 투수 역대 최고 계약을 새로 섰다. 콜은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양키스와 9년 총액 3억2400만 달러(약 4222억 원)에 계약했다. 투수로 9년 계약을 받는 것도 이례적이고, 3억 달러 문턱을 넘은 첫 투수로 기록됐다. 그런데 야마모토는 이를 100만 달러 넘겼다. 연 평균에서는 콜보다 모자라지만, 그래도 상징적인 총액에서는 메이저리그 역대 1위로 올라섰다.

두 선수와 더불어 에이스급 가능성을 가진 타일러 글래스나우까지 트레이드로 영입한 뒤 5년 계약을 한 다저스는 축제 분위기다. 가장 큰 과제였던 오타니 영입을 성공적으로 해낸 것에 이어 에이스급 투수 두 명까지 추가했기 때문이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지구 우승을 하고도 포스트시즌에서 또 미끄러진 다저스는 이제 우승만 보고 달리는 팀이 됐다. 다저스 팬들의 기대감도 커진다.

최근 오타니와 야마모토가 LA의 한 일식당에서 같이 식사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다저스 팬들의 환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야마모토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부터 오타니의 큰 영향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 다저스행 선택도 앞서 다저스와 계약한 오타니의 존재감이 큰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다만 문제는 앞으로다. 두 선수의 계약 기간이 길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 다저스는 오타니의 투타 공헌도 모두를 보고 7억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했다 ⓒ 연합뉴스/AP통신
▲ 이제 팀 동료된 오타니와 야마모토는 최근 식사를 하며 성공적인 계약을 자축했다 ⓒ노부 마츠히사 SNS

투‧타 겸업이라는 새로운 도전 속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던 선수다. 각 팀들이 오타니를 영입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팀의 간판 스타들까지 대동해 프리젠테이션을 연 구단들도 많았다. 당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들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LA 에인절스의 손을 잡았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역시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투‧타 겸업을 아낌없이 지원하겠다는 에인절스 구단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이었다.

당시 오타니의 투‧타 겸업은 일본에서도 100%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려웠고, 일본 원로 야구 선배들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하는 장훈은 “하나만 집중하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드러낼 정도였다. 미국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오타니의 재능은 인정하지만, 현대 야구에서 투‧타 겸업은 불가능하다는 시선이었다. 괜히 이도 저도 안 될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여론은 오타니가 데뷔 시즌이었던 2018년 시즌 막판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으면서 더 불거졌다. 팔꿈치 인대가 끊어졌고, “역시 투‧타 겸업은 무리”라는 평가가 속출했다. 타자로는 계속 뛸 수 있었지만 오타니가 투수로 다시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2019년은 아예 건너 뛰었고, 2020년에도 2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에인절스는 오타니의 투‧타 겸업 의지를 끝까지 밀어줬다. 오타니는 2021년부터 선발 투수와 중심 타자의 몫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현대야구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한다. 투수로는 10승 이상이 가능한 에이스로, 타자로는 40홈런이 가능한 중심 타자로 모두 이미지를 새로 썼다. 그 결과 2021년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이어 2023년도 MVP를 차지하며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10년 총액 7억 달러를 투자한 건 이 투‧타 겸업의 희소성이다. 올해 막판 팔꿈치 부상으로 다시 수술대에 올라 2024년 투수로서의 활약이 불가능함에도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역대급 거금을 안겼다. 사실 타자로서의 능력만 보면 이렇게까지 투자할 필요는 없었다. 당장 타자로 오타니만큼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의 지난해 계약 금액이 9년 총액 3억6000만 달러였다. 오타니는 거의 두 배다. 투수와 타자로 모두 공헌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하지 않았다면, 아무리 지불 유예 조항이 있어도 7억 달러는 생각하기 어려운 금액이었다.

오타니는 여전히 투‧타 겸업을 선호한다.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각오로 뭉쳤다. 오타니는 24일 일본 NHK가 방송한 한 다큐멘터리에서 “내 목표는 다저스와 계약한 10년 동안 투‧타 겸업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오타니는 “누구도 투‧타 겸업을 길게 한 적이 없다. 내가 언제까지 투‧타 겸업을 이어 갈 수 있을지는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전력을 다할 것이라 약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타니의 말대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인 만큼 어떠한 매뉴얼이나 대처 방안이 부족한 것은 맞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오타니가 선구자이자 개척자다. 이 때문에 오타니가 10년을 더 건강하게 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투수가 문제다. 타자의 부상은 상대적으로 결장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반대로 투수는 결장 기간이 길다. 특히 팔꿈치나 어깨가 아플 경우는 1~2년을 그냥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투수에게는 7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잘 주지 않는 게 메이저리그의 관례였다. ‘먹튀’가 된 사례가 많아서다.

▲ 뛰어난 기량과 별개로 내구성 의혹을 완전하게 지우지 못한 야마모토 요시노부
▲ 다저스도 야마모토의 12년 계약에 많은 변수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연합뉴스

오타니는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팔꿈치 수술을 한 번 더 받을 경우는 투수로 더 뛰기 어려울 것 같다는 현실론을 말하기도 했다. 결국 다저스와 계약이 성공적으로 남기 위해서는 최대한 오래 투수로 좋은 활약을 해야 한다.

오타니는 내년에 서른이 된다. 서른부터 마흔까지의 10년 계약이다. 대체적으로 메이저리그의 전례를 보면 선수들의 신체 능력은 20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최고치를 찍는다. 경험이 쌓이고, 신체 능력이 살아있는 20대 중‧후반을 선수들의 전성기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30대부터는 서서히 신체 능력이 떨어지고 부상이 잦아지면서 전반적인 성적이 하락세로 돌아선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오타니도 서서히 이제 그 구간으로 진입하는 나이다.

오타니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그렇게 큰 부상은 없었다. 팀이 일주일에 한 번씩 선발 등판하도록 배려했고, 타자로는 계속 나갔다. 2021년은 155경기, 2022년은 157경기에 뛰었다. 건강했다. 하지만 2023년 시즌 막판 팔꿈치에 문제가 드러나 수술을 받았고, 투‧타 모두 개점 휴업한 상황에서 시즌을 마쳤다.

투수가 사용하는 근육과 야수가 사용하는 근육은 사뭇 다르다. 오타니는 두 가지를 모두 강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30대에 들어서면 이 과제의 난이도는 더 높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인간 한계에 도전한다는 말이 딱 맞는다. 오타니의 말대로 팔꿈치 수술을 한 번이라도 더 받으면 투수로서의 생명 연장이 쉽지 않을 수 있있다.

게다가 수술 기간과 재활 기간에는 타자로도 뛰지 못해 이중고가 될 수 있다. 오타니는 앞으로 10년간 인간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의 결말이 주목된다. 오타니의 결과에 따라 향후 투‧타 겸업은 붐이 일어날 수도, 혹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야마모토도 우려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투수로서는 이례적인 12년 계약을 했다. 야마모토는 내년에 26세다. 한창 펄펄 할 나이다. 지금 당장, 혹은 앞으로 3~5년은 큰 문제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30대가 넘어가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단정하기 어렵다. 야마모토의 계약은 무려 2035년까지 이어진다. 야마모토가 37세가 되는 시즌까지다.

게다가 야마모토는 내구성 의혹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야마모토는 체격이 큰 편은 아니다. 신장이 180㎝가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의 빡빡한 일정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다. 선배 일본 선수들도 미국에 와서 팔꿈치 수술을 받거나, 혹은 치료를 받으며 재활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았다. 강한 공을 던지는 야마모토는 자연히 부상 위험도가 높아지는데, 12년을 제대로 버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물론 다저스가 12년 내내 야마모토가 건강할 것이라 예상하고 계약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중간에 수술을 받아 쉬는 기간도 있을 것이고, 몸에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 기간을 빼도 야마모토가 특히 계약 초반부에 원금을 상당 부분 회수해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12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계약에 나섰다고 풀이할 수 있다. 25세라는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계약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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