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피해 2살·7개월 자녀 안고 뛰어내린 부모…30대父 끝내 하늘로

아랫층서 불길 치솟자 4층 살던 부부 아이들 안고 뛰어내려
母·자녀 2명 부상…대피하던 10층 30대도 연기흡입으로 숨져
주민 200여 명 화재에 맨발·잠옷 차림으로 혼비백산 대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성탄절인 25일 새벽 아래층에서 난 화재를 피하려 어린 자녀를 끌어안고 뛰어내린 30대 남성이 끝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또 다른 30대 1명도 대피 도중 연기 흡입으로 사망했고, 주민 2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57분께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29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랫층에서 거센 불길이 치솟자 4층에 살던 30대 부부는 각각 7개월과 2살 된 자녀를 안고 아래로 뛰어내렸다.

남편 박아무개(33)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아내 정아무개(34)씨는 어깨 등을 다쳐 치료 중이다. 자녀들은 저체온증과 연기 흡입 등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망자인 10층 주민 임아무개(38)씨는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당국은 임씨가 불을 피해 대피하던 중 연기 흡입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70대 여성 1명은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이송, 병원에서 의식을 회복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진다.

불이 난 3층 집에는 70대 남녀 2명이 거주 중이었고, 이들은 모두 밖으로 뛰어내려 생명을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허리 통증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목격자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성탄절 새벽 발생한 이번 화재는 3층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위쪽으로 번졌다. 아파트 외벽 그을음은 17층까지 이어져 있었고, 2·3·4층은 유리창까지 모두 깨진 참혹한 모습이었다.

새벽 시간에 혼비백산해 대피한 주민들은 맨발 또는 잠옷 차림으로 화재 현장을 올려다보며 탄식했다. 일부 주민은 통로가 연기로 가득 차면서 외부로 대피하지 못하고 베란다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들은 "'펑' 소리가 나서 나와봤더니 불이 났더라"며 "정신 없이 잠옷만 입은 채로 뛰쳐 나왔다"고 전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4시57분쯤 아파트 화재 신고를 접수한 후 오전 5시4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차량 57대·인력 222명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고 주민 200여 명을 대피시켰다.

아파트 측은 경로당에 임시 대피소를 마련하고 적십자 구호 물품과 물·비상 식량을 배부했다.

도봉구청은 현장에 통합지원본부를 꾸리고 이재민 관리 등을 하고 있다. 구청 측은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을 위해 주변 3개 모텔에 이재민 임시거주시설도 마련했다. 9개 객실, 18명이 머물 수 있는 규모다.

경찰은 방화 등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오는 26일 합동 현장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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