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캐스팅 했는데 이미 섭외 DM 받은 분이더라" '환승연애3' 캐스팅 비화[인터뷰]
인기 있는 시리즈의 뒤를 잇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설렘으로 물들 게 만든 '환승연애'의 다음 시즌이라면 더욱 그렇다. '환승연애3'에 새로 합류한 김인하 PD는 '환승연애'의 정체성을 깨지 않는 선에서, 출연자들의 다양한 매력을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고 밝혔다.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3'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인연을 마주하며 자신만의 사랑을 찾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전 시즌이 엄청난 인기를 끌며 티빙 유료 가입자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은 전 시즌을 이끈 제작진이 빠지고 새로운 제작진이 꾸려져 시청자들과 만난다.
김인하 PD는 디즈니+에서 '핑크 라이'라는 연애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이후 CJ ENM으로 이적한 후 '환승연애3'를 이끌게 됐다. 김 PD는 "내가 '환승연애3'에 투입된 건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으면 좋겠다'는 회사의 판단이었다. 수락을 했지만, 흔쾌히 수락할 순 없었다"며 "전 시즌이 워낙 잘 되지 않았냐. 나는 시청자, 팬의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핑크 라이'로 이미 연애 프로그램을 경험한 김 PD지만, '환승연애'는 또 다른 세계였다. 그는 '환승연애' 속 전 연인과의 서사가 강력하다고 돌아봤다. '핑크 라이'에서는 매력적인 1인을 섭외하는 과정이었다면, '환승연애'는 그 한 명뿐 아니라 상대까지 매력적이어야 됐다. 섭외 과정은 2배 이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다.
"전 연인들끼리의 서사가 이미 진짜잖아요. 서사부터 이야기를 끌고가다 보니 문법과 화법도 전혀 달랐어요. 연애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신을 보더라고, 타 프로그램은 한 명의 개인이 매력적으로 들어오는 데 초점을 맞추잖아요. 그런데 '환승연애'는 누군가의 전 연인이 들어오는 거죠. 거기서 오는 시점이 달랐습니다."
엄청난 인기를 끈 시리즈의 다음을 맡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김 PD는 촬영을 모두 마친 지금까지도 부담감이 가시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시종일관 부담이라고. 그는 하루라도 덜 먹고, 덜 자면서 열심히하는 것밖에 돌파구가 없다고 판단했다. 거기에 전 시즌의 정체성을 헤치지 않도록 초점을 맞춰 연출의 방향성을 정했다.
연출을 맡으면서 가장 먼저 한 건 전 시즌을 다시 보는 거였다. 이미 한 번 본 방송이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 다시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김 PD는 전 연인과 새로운 인연을 한 번에 만난다는 '환승연애'의 포맷이 이미 강력하다고 판단했다. 포맷은 그대로 두면서 출연진으로 승부를 펼치자는 마음이었다. 같은 형식으로 가더라도 누가 모여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미 사랑을 받았고, 잘 된 프로그램인데 포맷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제작진이 왔다고 억지로 티를 내면서 바꾸면 오히려 해가 될 거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출연자를 뽑는 데 몰두했습니다. 일단 DM(다이렉트 메시지)을 엄청 많이 보냈어요. 3만 회 이상 보낸 것 같아요. '환승연애3' 관련 DM을 받은 분이 많이 나오잖아요? 그분들이 받은 게 맞습니다. 길거리 캐스팅을 하려고 대학교 앞, 학교 축제, 핫 플레이스 등에 나가서 명함을 주기도 했어요. 신기하게도 제가 명함을 드린 분은 이미 DM을 받은 분이기도 하더라고요."
"이렇게 연결이 된 분들과는 인터뷰를 정말 많이 했어요. 무식하게 시간을 쓰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월부터 모집을 시작해서, 10월에 촬영이었는데 전 주까지 계속 인터뷰를 했으니까요. 최종 인원이 모두 촬영 전 주에 확정된 건 아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어요."
시즌3의 출연자들은 이미 전 시즌을 봤을 확률이 높다. 그만큼 제작진들이 심어 놓은 장치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김 PD는 여기까지 내다보고, 프로그램을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출연자들이 전 시즌을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난 거기에 정면으로 마주할 생각"이라며 "그들이 미리 계산해 온 것을 깨려고 했다. 기존에 했던 걸 하게 되더라고, 그들이 생각한 시적에서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프로그램의 묘미인 메기(중간에 투입되는 출연자)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김 PD는 "다른 연애 프로그램이었다면, 메기의 비주얼 자체로도 판을 깰 수 있다. 그러나 '환승연애'는 이미 형성된 관계성 때문에 이상으로 고민할 게 많더라"며 "그 안에 전 연인이 있냐 없냐 등의 포인트를 생각하며 메기를 결정했다"고 예고했다.
'환승연애' 전 시즌은 회당 120분의 긴 러닝타임을 자랑한 바 있다. 김 PD는 이번 시즌 역시 비슷하게 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촬영한 분량 외에도 인터뷰 가 많이 있기 때문. 전 연인과의 서사가 담긴 만큼, 양쪽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러면 시간이 2배 소요된다는 게 김 PD의 설명이다.
"촬영 자체는 기존 연애 프로그램과 같은데, 거기에 서사를 더하니 러닝타임이 길어지는 거예요. 저도 제가 중간에 자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공개 방식은 아직 열려 있어요. 특정 회차는 두 편을 꼭 봐야하는 회차도 있거든요. 감정선이 쭉 연결되는 경우죠."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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