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곳곳에 설렘 가득
“눈이 오니까 여자친구가 더 예뻐 보여요.”
25일 전국이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자 시민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눈이 온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이번이 8년 만이다. 시민들은 거리에서, 집에서, 여행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눈 내린 공휴일을 즐겼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안모씨(30)는 전날 ‘핫플’로 통하는 서울 성수동을 찾아 데이트를 즐겼다.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커피를 마시고 와인까지 한 병 샀다고 했다. 안씨는 “작년 크리스마스엔 집에서 여자친구와 소박하게 홈파티를 하고 말았는데, 8년 만에 눈도 오고 해서 성수동 데이트를 나섰다”면서 “밖에 눈이 오고 하니 확실히 설레고 여자친구도 더 예뻐 보인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전날 서울 곳곳은 안씨 커플처럼 눈 구경을 나온 시민들로 붐볐다. 서울시에 따르면 명동의 24일 오후 7시 기준 순간 최대 인파는 9만6000명에 달했다. 금요일인 지난 22일 같은 시간대보다 45% 많은 수치다. 지난해 12월 24일 순간 최대 인파(8만2000명)에 비해서도 17.1% 증가했다.
명동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대표적 ‘핫플’들도 인파를 이뤘다. 홍대 관광특구 9만명, 강남역 4만2000명, 건대입구역 3만명, 성수 카페거리 2만8000명, 이태원 관광특구 1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인파가 갑자기 몰린 탓에 곳곳에서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크리스마스 당일은 복잡한 거리를 피해 조용하게 보내겠다는 이들도 꽤 많았다. 안씨는 “성수동엔 ‘인생네컷’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가 많은데, 전부 꽉 차 줄을 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면서 “오늘은 집에서 와인을 마시며 조용하게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서한민씨(28)는 “이브엔 광화문 서울 빛초롱축제에 다녀왔는데, 인산인해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강화도 펜션으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황병철씨(27) 역시 번화가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대신 집 근처에서 눈사람을 만들며 보내기로 했다. 황씨는 “3년 전 친구들과 눈사람을 만든 이후 처음으로 만들어 봤다”면서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때 밖에 나가면 너무 복잡하고 돈도 많이 쓰게 돼서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까지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시내 주요 지역에 대한 안전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상황을 파악·대응하기 위해 직원 11명을 보강해 비상근무에 나섰으며 인파 감지 폐쇄회로(CC)TV를 집중 가동 중이다. 주요 인파 밀집 지역 6곳에 대해서는 자치구와 경찰, 소방당국, 서울교통공사 등 관계 기관에서 약 1073명의 인력을 투입해 현장을 관리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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