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서러워" 서울로 몰리는 명품 브랜드

구찌, 롯데 대구점서 철수
지방百 82% '에루샤' 없어

백화점 명품 소비 기회에도 서울과 지방 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지방 백화점에서 철수하고 서울 백화점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품 브랜드 구찌가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떠나기로 한 반면, 루이비통은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없이도 최단 기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 서울 여의도의 더현대서울을 택한 게 단적인 예다.

25일 매일경제가 3대 백화점(롯데·신세계·현대)의 전국 점포 61곳을 전수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서울권 점포 10곳 중 8곳은 '에루샤가 하나도 없는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서울권 점포는 총 39곳인데, 에루샤가 없는 점포는 32곳이다.

비서울권에서 에루샤가 하나도 없는 점포 비율은 서울과 비교하면 23%포인트가량 높았다. 서울이 아닌 지역의 점포 중 에루샤가 없는 곳 비율은 약 82%인데, 서울 지역 점포에서 에루샤가 없는 곳 비율은 약 59%다.

이런 수치는 최근 명품의 지방 이탈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구찌는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이달 29일까지만 영업을 하고 철수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점에 입점해 있는 구찌가 계약 만료 시기가 임박하면서 연장을 하지 않고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찌가 대구점에서 철수하게 되면서 대구에서 구찌는 더현대대구,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만 남게 된다.

올해 울산의 한 백화점에서도 해외 명품 브랜드 3곳이 빠져나갔다. 지방 백화점 내 가벽을 세워놓거나, 가림막을 치고 공실 상태를 유지하는 매장 중 일부는 유명 명품 브랜드 입점을 기다리며 비워둔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루이비통 여성 매장은 이달 21일 더현대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국내 루이비통 여성 전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문을 여는 건 6년 만에 처음인데, 루이비통은 그 장소로 더현대서울을 택했다. 명품이 지방 백화점을 떠나는 건 구매력이 큰 소비자가 지방을 떠나면서 핵심 상권조차 공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매업은 가장 활동적인 소비자인 30~54세가 얼마나 많이 사느냐가 중요한데, 지방에서는 구매력이 큰 소비자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