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金 “비명 탈락자, 경선은 시켜줘야”…지도부 “친명 탈락 더 많아”

강성휘 기자 2023. 12. 25.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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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 News1
내년 총선 후보자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계파 간 공천 갈등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가 최근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에 대해 잇달아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해 비명계가 “공천 학살”이라고 반발한 데 이어,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도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힘을 싣고 나섰다. 광주 지역 현역 의원은 ‘호남 지역 친명(친이재명) 출마자 추천 명단’이 나도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반면 친명계는 “친명 후보가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례가 훨씬 많다”며 비명계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에선 “예비후보 검증 단계부터 이 정도면,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한 컷오프(공천 배제) 땐 당내 분란이 어느 정도로 확산될지 가늠조차 안 된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 丁-金 “최소한 경선은 시켜줘야”

25일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당 예비 후보자자격심사 이의신청처리위원회는 22일 첫 회의를 열고, 부적격 판정에 이의를 신청한 김윤식 전 시흥시장과 최성 전 고양시장에게 모두 ‘기각’을 통보했다. 김 전 시장은 친명계 조정식 당 사무총장 지역구(경기 시흥을)에 도전했고 최 전 시장은 친명계 한준호 의원 지역구(경기 고양을)에 도전했다.

이에 대해 부적격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원로들도 반발했다. 정 전 총리와 김 전 총리는 24일 조찬 회동에서 공천 잡음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 측 관계자는 “기각 통보를 받은 두 사람 모두 공교롭게도 친명 핵심 의원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사람들”이라며 “부적격 사유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만큼 최소한 경선이라도 치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데 두 총리가 공감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 측 인사도 통화에서 “계속 공천 논란이 이어지면 당의 단합과 통합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그동안 당내 갈등을 두고 이낙연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두 총리는 당내 해결을 해법으로 제시했는데, 지금처럼 공천 학살 논란이 이어지면 이를 계기 삼아 세 총리가 당 지도부를 겨냥해 한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 이 전 대표도 지난달 당내 일부 중진들에게 “전우들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친명 지도부는 이의신청처리위원회에의 기각 처분을 번복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나선다고 하더라도 당헌당규상 두 사람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뒤집을 순 없다”고 일축했다. 친명 지도부 의원도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 중 친명 후보들이 비명 후보보다 훨씬 많다”며 “통상적인 공천 잡음 수준”이라고 했다. 앞서 민간인 ‘이종권 고문치사 사건’ 연루 논란이 불거진 정의찬 당 대표 정무특보와 보복운전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도 각각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경기 부천병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이건태 당 대표 특별보좌역이 과거 성매매 알선업자, 청소년 강제추행 가해자 등 각종 성범죄 혐의자를 변호했다는 논란 속에도 적격 판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형평성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현역 의원 사이에서도 공천 잡음 본격화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공천 갈등 불씨는 당내 현역 의원들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광주 광산갑을 지역구로 둔 이용빈 의원은 25일 민주당 의원 단체 채팅방에 ‘민주당 호남 친명 출마자 추천 명단’이라는 이름의 포스터를 공유하며 “치졸한 민주당 텃밭 호남의 창피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포스터에는 이 대표 측근인 강위원 당 대표 특별보좌역을 비롯해 친명 김의겸 의원과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변호를 맡은 박균택 변호사 등이 포함돼 있다.

당내에선 “김의겸, 양이원영 등 친명 비례대표가 비명 현역구 사냥에 나선 것도 공천 갈등의 뇌관이 될 것”이란 분위기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지금처럼 ‘이 대표와 친하면 다 공천받는다’는 분위기로 계속 가면 국민들에게 버림받고 비판받을 것”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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