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만 있는 게 아니다···말 많은 신흥강자 ‘테무’

노도현 기자 2023. 12. 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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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 무기로 영향력 키운 알리처럼
후발주자 테무의 무서운 국내외 상승세
미국선 알리보다 테무·쉬인 “아마존 위협”
지난 2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시즌에 방영된 테무 광고. “억만장자처럼 쇼핑하라”는 문구가 나온다. 유튜브 캡처

“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

지난 2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중계방송에 낯선 쇼핑 애애플리케이션(앱) 광고가 등장했다. 여성 모델이 9.99달러짜리 저렴한 원피스 가격에 놀라고는 연신 스마트폰을 두드리며 쇼핑을 즐긴다. 30초짜리 광고 내내 흐른 CM송 가사는 “난 억만장자처럼 쇼핑해”였다.

비싸기로 유명한 슈퍼볼 광고를 과감히 내건 곳은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의 쇼핑 앱 ‘테무(TEMU)’였다. 내년 슈퍼볼 기간에도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초저가를 무기로 한국 시장에서 급속도로 영향력을 넓힌 가운데 후발주자 테무의 국내외 성장세도 만만치 않다. 다만 초저가만 고집한다면 ‘돌풍’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한국인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였다. 각각 월평균 371만명, 354만명이 증가했다. 둘 다 중국 현지 공산품 제조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초저가로 상품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특히 올해 7월 국내에 진출한 테무는 친구를 초대하면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크레딧이나 무료 사은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국내에선 알리익스프레스가 중국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대표하고 있지만, 미국에선 테무가 더 잘나간다. 지난해 9월 미국 사업을 시작한 테무는 게임을 접목한 공격적 마케팅으로 젊은 소비자들을 불러들여 올해 현지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한 앱 1위에 올랐다.

또다른 중국발 패션 플랫폼 ‘쉬인(Shein)’과 쌍벽을 이뤄 아마존을 위협하고 있다. “테무와 쉬인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있는 선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유명 미국 소매업체들만큼 커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핀둬둬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준 1958억 달러(약 254조)를 기록하며 1905억 달러에 그친 알리바바를 추월했다. 2015년 창업해 9년차를 맞은 핀둬둬가 1999년부터 업력이 20년 넘은 알리바바를 넘어선 건 상징적인 일이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직원 게시판을 통해 “지난 몇 년간 핀둬둬의 결정과 실행, 노력을 축하한다”며 알리바바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쟁사들은 경계수위를 한껏 높인 상태다. 아마존은 중국 판매자들과 손잡기 위해 중국 심천에 아시아태평양 혁신센터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마존과 월마트, 타겟은 테무가 비교적 약세를 보이는 ‘빠른 배송’에도 힘을 주고 있다. 미국·영국 의회에선 테무와 쉬인이 중국 소수민족의 강제노역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규제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적 변수다. 이에 테무는 본사를 미 보스턴에 세우고 모기업인 핀둬둬도 중국 상하이에서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이전하는 등 ‘중국색 빼기’에도 나섰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를 의식해 초저가 코너를 신설하고 직구를 강화하는 움직임에 돌입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역시 중국 현지 판매자 확장에 나섰다. 중국계 초저가 플랫폼들과 취급 품목이 비슷한 생활용품점 다이소는 전국 익일배송을 시작하며 온라인 사업을 확대했다.

테무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이 어떤 결과로 수렴할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스카이 카나베스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테무의 가장 큰 도전과제는 고가 광고에 덜 의존하고, 대규모 브랜드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광고를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며 “여전히 중국 제조업체들의 값싼 상품들을 파는 걸로 유명하기 때문에 후자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쟁업체들로선 신선식품, 럭셔리, 뷰티처럼 값싼 공산품 위주인 중국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공략하는 게 타개책이 될 수 있다.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상품 구색에서 차이가 나고 배송, 고객 서비스(CS) 등에서 우위가 있다”면서 “향후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도 초저가 외에 다른 차별점을 보이지 못한다면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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