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내년 R&D 예산 올해보다 5909억원 줄인 5조800억 확정

이진주 기자 2023. 12. 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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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소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이 5조802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예산보다는 5909억원 줄었으나, 이를 포함한 내년도 전체 정부 R&D 예산이 4조6000억원(14.6%) 급감한 데 비해서는 선방한 편이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당장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기초과학 관련 연구에 비해 반도체, 2차전지 등 바로 눈에 띄는 사업 위주로 예산을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산업부에 따르면 소관 R&D 예산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 4조9033억원 대비 1770억원 증가했지만 올해 예산보다는 5909억원 감소했다. 이는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는 기후기금 내 산업부 소관 사업(2382억원)을 포함한 금액이다.

산업부는 “기업 보조금 성격의 사업이나 혁신성이 낮은 기업 보조금 성격의 사업 지원을 축소했다”며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 지원 예산과 경제안보 강화 예산은 증액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6대 첨단전략산업 지원 예산은 올해 1조377억원에서 1조984억원으로 5.8% 증액됐다.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유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도체 R&D 예산은 올해 2121억원에서 내년 2142억원으로 1.0% 늘어났다. 디스플레이 R&D 지원 예산은 올해 767억원에서 내년 903억원으로 17.7% 증가했다.

2차전지 R&D 예산도 올해 463억원에서 내년 525억원으로 13.4% 늘어났다. 경제안보 강화를 위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R&D 예산은 올해보다 2.5% 증가한 1조7320억원으로 증가했다.

세계적 연구 기관과의 글로벌 협력 R&D 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20.9% 증가한 2711억원으로 잡혔다. 반도체·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미래 신진 연구 인력 양성에도 올해보다 232억원(11.3%) 증가한 2294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기업 보조금 성격의 사업, 혁신성이 낮은 기술 개발 사업, 민간이 스스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업, 관행적으로 지원한 사업 등은 예산을 축소했다. 다만 감액 사업을 대상으로 지원 감소액의 최대 2배까지 0.5%의 저리 융자를 지원해 기존 투자가 매몰되지 않게 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이 같은 내년 산업 R&D 지원 계획을 담은 ‘2024년도 산업기술 혁신 사업 통합 시행 계획’을 오는 29일 공고한다. 또 내년 1월 중으로 연구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산업기술 R&D 혁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지난 21일 내년 정부 R&D 예산 26조5000억원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올해보다 약 4조6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정부의 R&D 예산이 감소한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당초 정부가 지난 8월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의 25조9000억원보다는 6000억원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올해 예산(31조원)보다는 급감한 수준이어서 연구 현장의 불만이 높다.

과학기술 연구는 ‘기초연구’ 단계에서 시작해 본격적인 ‘상용’ 단계로 넘어가기 전 실용화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증’ 단계를 거친다. 특히 각종 기계나 시설이 필요한 실증에는 많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 R&D 예산 삭감으로 결국 사장되는 연구가 나올 수 있어 과학계는 우려한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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