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박리 진단 못한 전공의에 대한 형사처벌, 합당한가?
응급실은 의사들이 가장 근무하기 싫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첫째, 외래진료의 경우 예약하거나 방문한 순서대로 진료를 보지만 응급실은 응급환자가 우선으로 진료를 받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환자들 매우 중한 병이라고 생각하여 응급실을 찾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심리적으로 매우 민감해진 경우가 많다.
둘째, 진단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의 대다수는 경증환자이지만 이 중에서 일부 중증환자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에 경증환자로 판단되었지만 나중에 증증환자로 진단된 경우 목숨을 잃거나 상당한 후유증 등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렇다고 응급실로 내원한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모든 검사를 할 수도 없다. 경증환자로 생각되는 환자들에게 많은 검사를 하다 보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증가와 함께 응급실 진료대기정체가 심해지는데 이로 인하여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의료진과 환자들로부터 불만이 쏟아지게 된다.
또한 국민건강보험에서는 경증환자에게 많은 검사를 하면 과잉진료라고 판단하고 진료비나 치료비를 삭감하는 등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증환자에게는 검사를 많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초기에 경증환자로 잘못 판단된 중증환자의 경우 진단이 늦어지게 되어 결국 환자에게 좋지 않은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응급실은 주중이나 주말, 공휴일, 야간에 상관없이 365일 계속 운영돼 의사들이 근무를 기피하다 보니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렇게 의사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실제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매우 지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응급실에서 오진으로 인하여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형사판결을 받은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2014년 9월 11일 응급의학과 전공의인 A는 오전 1시경에 환자가 흉부통증과 안면부감각이상, 식은땀, 구토 등의 증상으로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심전도, 심근효소 검사 등에서 이상소견이 확인되지 않고, 진통제를 투여하였는데 환자가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하자 의사 A는 단순한 급성위염으로 진단하고 진통제만 투여하고 퇴원을 시켰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10시경 자택에서 의식을 잃었고 병원에 실려왔는데, 검사상 대동맥박리 진행으로 인한 다발성 뇌경색으로 진단되었다. 환자는 인지기능소실과 사지마비 등의 뇌병변장애를 입었다. 이 사건이 문제되자 의사 A는 2014년 9월 24일 본인이 환자에게 흉부 CT를 권유한 적이 없음에도 마치 환자보호자가 의사 A의 권유를 거절한 것처럼 의무기록을 허위로 작성하였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피해자에게 발생한 흉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하여 흉부 CT검사 등 추가적인 진단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B씨의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하게 한 것이 환자의 악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면서 의사 A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단에 업무상 주의의무, 인과관계, 의료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하면서 의사 A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2023.12.15 조선일보, '병명 잘못 진단해 환자 사지마비…응급의학과 의사 유죄확정 등')
형법 제268조에 따르면 업무상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년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의료법 제22조 제3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면서 이를 어기면 3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2019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8년 의사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입건된 수는 877건이었다. 2020년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사 형사처벌 사례조사에 따르면 판례 및 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의사의 형사처벌사례는 생각보다 적었는데 이는 실제 의사에게 과실이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가 적고,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경우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많아 의사가 항소하지 않아 이슈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민사배상을 통한 손해배상을 승소하기 위하여 형사소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형사소송이 이루어질 경우 환자 및 검찰이 형사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경향 때문이라고 추정하였다.
앞서 사례에 대한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해당 의사 A에 법원의 형사처벌을 하게 된 판단이유가 '진단오류' 때문인지 아니면 고의로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것에 때문인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해당 판결에서 의사 A에 대한 형사처벌정도가 일반적인 의사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에 따른 처벌정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을 고려한다면 해당의사의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상과 함께 진료기록부 허위작성이 함께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응급실 근무는 24시간 주야간 상관없이 일해야 하는 어렵고 힘든 일이다. 또한 실제 환자진료를 하다 보면 진단이 어렵거나 애매한 경우가 너무 많다. 하지만 단순히 결과로만 판단하여 오진한 의사에 대하여 민사책임은 물론 형사책임도 지게 한다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법적으로 불리할 것이라는 이유로 객관적으로 작성되어야 할 의무기록을 사실과 달리 허위로 수정하여 기재하는 것은 훨씬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여야 할 것이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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