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김의 예술법정] 비극적 천재, 모딜리아니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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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예술가의 비극적 삶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탈리아 출신, 파리의 보헤미안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경찰은 그의 작품들이 음란죄에 해당하고 풍기문란이라며 전시장을 강제로 폐쇄했고, 모딜리아니는 갤러리 주인과 함께 경찰서로 연행됐다.
전시 실패 후 모딜리아니의 지독한 가난과 불행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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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마지막 개인전 개최
경찰은 음란죄로 작품 압수
마약·알코올 중독 35세 요절
유일한 자화상 '눈동자' 없어
사람들은 예술가의 비극적 삶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지독한 가난, 시대나 주위와 조화하지 못하는 천재 특유의 반항적 기질, 비극적 사랑과 불운, 성공에 대한 집착과 질투, 여기에 요절까지. 이 모든 것을 다 갖춘 화가가 있다. 이탈리아 출신, 파리의 보헤미안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1917년 12월 3일, 파리의 한 화랑에서는 그의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개인전이 열렸다. 단 하루로 끝났지만 말이다. 자신의 초상을 아름답게 그려주길 바라는 고객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당시에는 기괴하게 보였을)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는 인기가 없었다.
많은 이들이 전시회를 관람하러 왔지만 그중엔 불청객도 있었다. 화랑 맞은편에 있던 경찰서에서 들이닥쳤다. 쇼윈도에 걸린 여성 나체 인물화들이 음란물이라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경찰은 그의 작품들이 음란죄에 해당하고 풍기문란이라며 전시장을 강제로 폐쇄했고, 모딜리아니는 갤러리 주인과 함께 경찰서로 연행됐다. 작품 다섯 점도 압수됐다.
불과 100여 년 전, 예술의 도시 파리, 혁명의 영향으로 그 어느 나라보다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옹호하던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 이전에도 여성의 나체를 그린 그림은 많았다. 신화나 설화에 나오는 여신의 이상화된 나체가 아닌 도발적인 포즈의 실제 여성을 모델로 했다는 점이 달랐다. 그것도 적나라하게 신체 부위까지 묘사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당대의 위선이었다. 전시 실패 후 모딜리아니의 지독한 가난과 불행은 계속되었다. 좌절감에 마약과 술을 달고 살았고 건강도 악화되었다. 3년 뒤인 1920년 1월 그는 결국 한 자선병원에서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홀로 사망하고 만다.
그의 영원한 모델이자 뮤즈이자 동료이자 아내인 잔 에뷔테른 역시 둘째 아이를 임신한 채 창밖으로 투신하여 생을 마감했다.
모딜리아니와 잔을 절망 끝에 죽음으로 몰고 갔던 전시 작품 중 하나가 '누워 있는 나부'(1917)다. 이 작품은 2015년 뉴욕의 크리스티 옥션하우스에서 1억7040만달러에 낙찰됐다. 살아 있을 때보다 1000배가 올랐다.
조각가이기도 했던 모딜리아니는 아프리카 조각상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인물화를 그렸다. 길게 외로 늘어진 얼굴과 목, 아몬드처럼 기다란 텅 빈 눈,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어느 날 잔이 물었다. "나의 초상화에는 왜 눈동자가 없나요?" 그는 답했다. "당신의 영혼까지 알게 되면 그때 눈동자를 그릴게요."
사망하기 직전 해에 그는 아내의 초상화와 단 한 점뿐인 자화상을 그렸다. 팔레트를 들고 이젤 앞에 앉아 '나는 화가입니다'를 읊조리는 듯한 그의 눈에는 없었고, 아내의 초상화에는 있었다. 눈동자 말이다.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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