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도시바 상폐에도 굳건한 日반도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13일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세미콘 재팬 2023'을 다녀왔다.
일본 최대 반도체 관련 행사로 전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7배 키웠고 참가 업체도 역대 최대인 1000여 곳에 육박했다.
일본 반도체 업계를 취재하다 보니 반도체와 관련한 이들의 행보가 단순히 1980년대 반도체 최전성기였던 '히노마루 반도체'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대급 '세미콘 재팬'행사에
세계적 소부장업체로 가득차
日기업 경쟁력 키우는 '무기'
소부장 부족한 반도체 코리아
D램값 시세만 쳐다보는 신세
지난 13일 도쿄 빅사이트 전시장에서 열린 '세미콘 재팬 2023'을 다녀왔다. 일본 최대 반도체 관련 행사로 전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1.7배 키웠고 참가 업체도 역대 최대인 1000여 곳에 육박했다.
빅사이트로 향하는 전철 린카이센은 인파로 꽉 들어차 있었다. 특히 놀란 것은 곳곳에서 들려온 중국어 대화였다. 세미콘 재팬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회사가 전면에 등장하는 전시회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웠지만 미국 견제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으로서는 기본기를 배울 좋은 기회로 판단한 것 같다.
전시장에서는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세계적인 일본 소부장 업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세계 4위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 광학 관련 세계 최고인 캐논과 니콘, 소재에서 세계 선두인 미쓰비시케미컬과 도쿄오카공업 전시장은 이들의 기술 비법을 엿보려는 사람들도 가득 찼다.
일본 반도체 업계를 취재하다 보니 반도체와 관련한 이들의 행보가 단순히 1980년대 반도체 최전성기였던 '히노마루 반도체'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일본은 대만 TSMC에 4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지급해 구마모토에 공장을 짓게 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 당시 반도체 부족으로 힘들었던 일본이 생각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보인다. 대량 주문·생산에 특화된 TSMC를 통해 양질의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겠다는 전략이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2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고 밝힌 라피더스다. 일본 기업이 가진 전통적인 경쟁력 중 하나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반도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요자 요구에 맞춤형으로 빠르게 대응하는 생산체제를 라피더스가 갖출 경우 일본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 반도체를 잘하겠다기보다, 반도체가 일본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현재 일본 정부의 기본 구상인 것이다.
이를 전반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소부장 업체다. 이들이 뿌리를 내린 에코시스템만 있다면, 설사 라피더스가 실패한다고 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세계 최초로 낸드플래시 반도체와 노트북 PC 등을 만들었던 150년 역사 테크기업인 도시바가 도쿄 증시에서 상장폐지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일본 반도체 산업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도시바보다 더 강한 소부장 업체가 탄탄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이클을 타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이들의 어려움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한순간의 판단 착오로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지속 가능할까. 소부장이 부족한 '반도체 코리아'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아무리 해도 부족해 보인다.
[이승훈 도쿄 특파원 thoth@mk.co.kr]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신혼여행 누가 요즘 하와이로 가요”…2030 몰려간다는 ‘이 나라’ - 매일경제
- 노트북 압수후 .avi 검색하더니…6000명 귀국하자 북한이 벌인 짓 - 매일경제
- “공항을 ‘airport’로 썼다가 난리”…법원도 ‘위법’ 판결한 佛 - 매일경제
- “꺼내 보고 경악”…노량진 수산시장서 10대 아들이 산 대게, 이렇게 상해도 되나 - 매일경제
- [단독] 정부, 내년 ‘내일채움공제’ 폐지…또 뒤통수 맞은 청년들 ‘한숨’ - 매일경제
- 중국집에서 탕수육 빙빙 돌아가는 식탁…근데 그거 뭐지? [그거사전] - 매일경제
- 게임사 목조르고 하루만에 “취소”…28% 날아간 주가는 누구 책임? - 매일경제
- 이젠 정시다… ‘문과 침공’ 유리한 상위권 대학 어딘가 봤더니 - 매일경제
- “가구에 오줌싸고 차에 침 뱉고”…청소 바가지요금 거절했다 ‘날벼락’ - 매일경제
- 오타니, 팀 동료 조 켈리 아내에 고급차 선물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