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대법 판결로 ‘몰아서 일하기’ 우려…“입법으로 해결해야”
하루에 8시간을 초과한 ‘연장 근로’의 주간 합산이 12시간을 넘어도 일주일간 총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위법하지 않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노동계는 대법원이 연장근로시간을 1일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자 ‘연장근로시간 몰아쓰기’의 문이 열렸다며 우려한다. 당분간 대법원 해석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부여 등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노사 간 합의 시 주당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그간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을 1주 단위로 합산해 12시간을 넘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판단해왔다. 예를 들어 노동자 A씨가 특정 주에 월·수·금 15시간씩 일한 경우 연장근로시간은 21시간(3일X7시간)이기 때문에 위법이다. 1주 근로시간(45시간)이 52시간 미만이라 해도 위법인 것이다. 하급심 판결도 노동부 행정해석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노동부 행정해석과 다른 계산법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 초과 여부는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 합계’가 아니라 ‘1주간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1주 단위 근로시간이 52시간(법정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 한도 12시간)만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노동부는 대법원판결에 따라 기존 행정해석 변경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번 판결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이기 때문에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로 1주 단위 내에서 근로시간 유연성이 커진 만큼 노동자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몰아서 일하기’가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 해석대로라면 이론적으로 노동자가 하루 최장 21.5시간(1일 24시간 중 2.5시간의 휴게시간 제외)까지 일할 수 있다. 하루 21.5시간씩 1주간 이틀만 일하면 총근로시간은 43시간이고 이 중 연장근로시간은 3시간이기 때문에 12시간 한도를 넘지 않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교대제 노동자, 게임업종 노동자뿐 아니라 제조업, 사무직 노동자 등도 회사 필요에 따라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대법원판결로 1일 연장근로 상한 설정과 11시간 연속휴식 전면 보장의 필요성이 더 분명해졌다”며 “국회는 연장근로에 대한 현장 혼란을 막고, 노동자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입법 보완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https://m.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312251600001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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