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서 대학원 입시, 지원자 감소…취업난에 공시족·유학생 증가 등 영향
중국 전역에서 치러진 대학원 입학시험 지원자가 9년만에 처음 감소했다. 취업난과 해외 유학 및 ‘공시족’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2955개 시험장에서 2024학년도 대학원 석사 과정 입학 시험이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대학원 입학 시험은 보통 이틀에 걸쳐 실시되지만, 추가 시험이 필요한 전공에 한해 하루 더 시험을 치르게 된다. 이번 대학원 입학 시험에는 모두 438만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보다 36만명 줄어든 수치다. 중국에서 대학원 지원자가 줄어든 것은 2015학년도 입학 시험 이후 9년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특히 대학원 지원자가 크게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발생 첫해에 치러진 2021학년도 입시 지원자는 전년도보다 36만명 늘어난 377만명이었고, 2022학년도 지원자는 457만명까지 늘었다. 2023학년도 입시 지원자는 474만명이었다. 이는 해마다 증가하는 대학 졸업생 수와도 관련이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대졸자 수가 올해보다 29만명 가량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됨에도 대학원 지원자는 줄어들었다.
중국 전문가들은 대학원 지원자 증가세가 꺾인 이유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는다. 탄슈디 퉁지대 교육평가센터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지난 2년간 취업 기회가 억제되면서 많은 대졸자들이 계속해서 학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취업 여건이 개선된 것이 지원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 등을 감안하면 단순히 취업 기회 확대를 대학원 지원자 감소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의 16∼24세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중국 당국은 7월부터 청년실업률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오히려 대학원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기 때문에 대졸자들이 시간과 기회 비용을 아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대학원 졸업자의 구직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으며, 대졸자들은 높은 학력이 반드시 좋은 직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낮은 대학원 합격률, 대학원 공부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여타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학생들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무원 시험이나 해외 유학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이 많아진 것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치러진 중국 국가공무원 시험 지원자는 지난해 보다 40만명 이상 늘어난 303만3000명으로 역대 처음 300만명을 넘어섰다. 또 팬데믹 기간 제한됐던 해외 유학이 자유로워지면서 베이징의 한 대학의 경우 내년 졸업 후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 수가 국내 대학원 지원자보다 두 배 가량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대학원 시험에 응시한 류(劉)모씨는 “주변에 졸업이 임박해 대학원 진학이나 공무원 시험, 해외 취업 또는 유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취업 상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곧바로 취업을 선택하는 친구들은 적고, 대부분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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