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건강하세요…산타 할아버지 괴롭히는 지병들

정심교 기자 2023. 12. 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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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성탄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클로스(이하, 산타)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밤 11시 20~27분 우리나라를 다녀갔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따르면 루돌프가 끄는 산타의 썰매는 오후 11시 20분 일본 상공을 지나 제주도에 도착했으며, 부산을 거쳐 11시 27분 서울을 통과한 후 평양을 거쳐 중국으로 진입했다.

이렇게 바쁠 때일수록 건강을 챙겨야 하는 법. 그런데 우리에게 알려진 산타의 모습은 건강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배가 불뚝 솟은 복부비만 체형에 장시간 썰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데다, 무거운 선물 보따리를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야 해서다. 의학에서 보는 산타의 건강 상태는 어떨까. 내년에 더 건강해진 산타를 기다리며 산타의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한다.

복부비만…콜레스테롤 높아 심혈관 건강 위협
산타의 솟은 뱃살은 복부비만을 암시한다. 복부비만은 배에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쌓인 상태로, 한국인 허리둘레 기준으로 남자 90㎝(35.4인치), 여자 85㎝(33.5인치)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중년 이후 남성의 복부비만은 '내장지방'과 직결된다.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진다. 인슐린 저항성은 포도당을 연소해 혈당을 낮춰야 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는 당뇨병으로 이어진다.

또 내장지방이 많으면 몸에 나쁜 LDL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늘고,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은 줄어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내장지방이 몸의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고 염증 물질이 늘어 당뇨병·심근경색·뇌졸중이 유발될 수 있다. 실제로 스웨덴 예테보리대 의대 연구팀은 산타의 몸 상태를 봤을 때 고혈압·당뇨병 등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산타에겐 과일·채소·통곡류·살코기 등의 섭취를 늘리고 포화지방산(주로 동물성 기름)이 많은 고지방 식품, 정제된 곡류의 섭취를 제한하는 게 권고된다. 비만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운동할 때 자신의 최대운동능력의 50~80% 범위의 강도로, 하루 30~60분을 주 3~5회 시행하는 게 좋지만, 비만한 산타는 운동 강도를 50~60%로 좀 더 낮게 설정하되 운동시간을 하루 60분 이상으로 늘린다. 이를 주 6~7회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거리 썰매 탑승…디스크 압박해 허리통증 유발
산타가 본고장인 핀란드에서 우리나라까지 날아온 거리만 1만4238㎞에 달한다. 이런 장거리 썰매 주행은 허리통증(요통)을 유발할 가능성을 키운다. 게다가 산타가 하룻밤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려면 루돌프가 끄는 썰매가 초속 2272㎞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렇게 빠르게 썰매를 운전하면 썰매와 공기와의 마찰이 커 산타의 허리에 주기적인 진동을 가하고, 결국 허리통증을 악화한다.

허리통증의 출발점은 척추에서 찾을 수 있다. 척추는 척수라는 중추신경을 보호하면서도 우리 몸을 꼿꼿이 세울 수 있게 하는 골격구조다. '맷돌' 같은 뼈가 층층이 쌓여 척추를 이룬다. '맷돌' 사이에는 쿠션 역할을 하는 디스크(물렁뼈)가 들어있다. 그 물렁뼈에서 모든 허리통증이 생긴다. 디스크를 오래 쓰면 조금씩 찢어지면서 허리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요통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된 경우가 많아, 나이가 들수록 요통의 발병률과 유병률이 모두 올라간다.

내년에 산타가 허리통증을 막으려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규칙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척추기립근과 골반, 허벅지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은 허리통증 완화에 효과적이다. 체중이 늘면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므로 체중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허리통증의 원인은 진단이 같더라도 사람마다 치료법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디스크탈출증(허리디스크)이라고 하더라도 디스크가 신경을 직접 압박해 아프다면 디스크를 수술적으로 제거해야 하며, 신경에 염증을 만들어서 아프다면 염증을 가라앉혀주는 시술이나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무거운 선물 보따리…흉곽출구증후군 조심
산타는 전 세계 어린이 1억6000만 명에게 선물을 전달한다. 썰매에서 내리자마자 무거운 선물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굴뚝으로 이동하는데, 이렇게 무거운 물건을 한쪽 어깨에 메는 습관은 어깨에 부담을 준다. 이때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 흉곽출구증후군이다. 흉곽출구증후군이란 흔히 '쇄골'로 불리는 빗장뼈와 1번 갈비뼈 사이 '흉곽 출구'로 불리는 좁은 공간을 지나는 신경·혈관 등이 어떠한 원인으로 압박돼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흉곽출구증후군은 목디스크나 다른 상지(팔)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김 씨의 사례처럼 진단에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흉곽출구증후군이 진행되면 어깨나 승모근 통증, 손가락 저림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팔이 무겁다고 느껴지거나 팔을 위로 올렸을 때 저리고 힘이 풀리기도 한다. 흉곽출구증후군은 목디스크와 대부분의 증상이 같다. 하지만 흉곽출구증후군의 경우 여기에 더해 빗장뼈 부근을 눌렀을 때 통증이 급격히 심해지는 증상이 있어 이것을 하나의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진단을 위해서는 흉곽 출구를 지나는 혈관과 신경을 확인해야 한다. 또 선천적으로 흉곽 출구 부근의 뼈의 기형으로 인해 신경이 눌려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밀 검사가 필요한 이유다.

산타 스스로 팔을 들어 어깨를 양옆으로 벌리고 팔꿈치를 구부린 상태에서 주먹을 빠르게 쥐었다 폈다 했을 때, 이 동작을 1~3분간 지속하기 힘들다면 흉곽출구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흉곽출구증후군은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6개월 이상 운동과 재활·물리치료를 병행하며 보존적 치료부터 시도해야 한다. 그래도 호전되지 않거나 선천적·구조적 문제인 경우 뼈·근육 등을 잘라내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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