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연장근로 계산, 하루 아닌 1주 단위로”…‘몰아치기 노동’ 허용 첫 판결
하루 종일 노동도 가능하다고 해석될 여지
노동계 “시대착오적, 혼란 자초한 판결”
일주일간 총 노동시간이 52시간만 넘지 않는다면 하루 8시간 넘게 근무한 ‘연장근로’의 주간 합산이 12시간을 넘어도 위법하지 않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이론적으로 주 52시간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하루 종일 노동을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석될 수 있어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업주를 형사처벌할 때 적용한 기준으로 연장근로 수당 지급이나 노동조건에 관한 민사소송에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보완 입법을 통해 계산방식이 모호한 법 조항을 구체화하고 연장근로 상한제·노동자 휴식권 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항공기 객실청소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9월부터 약 3년간 근무하다가 2016년 11월 사망한 노동자 B씨에게 연장근로수당 약 493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교대제로 일하는 B씨가 일주일에 사나흘간 오전 8시30분에 출근해 저녁 8시를 넘긴 시간에 퇴근하는 식으로 3년간 총 130주에 걸쳐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했다며 업체 대표 A씨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연장근로시간을 어떻게 계산할지’였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단 당사자 간 합의 시 ‘1주 12시간’까지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그간 엇갈린 기준을 제시해왔다. ‘1일 단위로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을 합산해 주 1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재판부와 ‘1주 단위로 40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재판부가 있어 사건마다 다른 결론이 내려졌다.
이번 사건의 1·2심 재판부는 전자의 계산방식을 토대로 A씨의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주당 총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된다는 후자의 계산방식을 택한 것이다. 대법원은 “하루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1주간 합계에 관한 규정은 없다”면서 “1주간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했는지는 1주간의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가상의 노동자가 일주일 중 월·수·금요일은 13시간씩 근무하고 화·목요일엔 근무하지 않았다면, 1·2심 재판부가 적용한 ‘1일 단위’ 계산방식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연장근로시간이 하루 5시간씩 사흘, 주 15시간으로 법적 한도인 12시간을 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계산방식으로는 주당 총 근로시간이 39시간으로 근로기준법을 준수한 결과가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간 하급심 판결이나 실무에서 주간 연장근로 한도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방식이 혼재하고 있었다”며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최초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는 대법원이 ‘몰아치기 노동’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 준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 계산방식대로라면 ‘주 52시간 이내’만 준수하면 연속 ‘밤샘 노동’도 위법하지 않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예컨대 일주일 중 사흘 연속 매일 17시간씩 근무를 해도 나머지 나흘을 쉬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닌 것이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현장에서 자리 잡은 연장근로수당 산정방식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배치된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노동부는 2018년 5월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에서 1주 총 근로시간이 52시간 이내더라도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면 ‘법 위반’이라고 안내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251611001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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