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정신병원 의사 인력 60% 부족… 강제입원 심사는 대부분 서면으로
과도한 업무·민간 대비 낮은 급여 탓
강제입원 적격성 심사 67.1%가 서면
"환자 권리 제한, 대면조사 확대돼야"
국내 5대 국립정신병원에서 의사 인력 결원율이 60%를 넘을 정도로 의사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 부담은 과하고 보수는 민간병원보다 현저하게 낮은 근무 여건 탓이다. 그로 인해 외래 및 입원 환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등 환자 진료와 병원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5일 국립정신건강센터와 국립정신병원 4곳(나주ㆍ부곡ㆍ춘천ㆍ공주)에 대한 보건복지부 종합 감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5개 국립정신병원의 의무직 공무원(전문의) 정원은 96명이지만 현원은 35명으로 평균 충원율이 36.5%에 불과했다. 나주병원이 충원율 69.2%(정원 13명, 현원 9명)로 그나마 사정이 나았고, 국립정신건강센터가 37.5%, 부곡병원과 공주병원이 각각 30.8%로 뒤를 이었다.
심지어 춘천병원은 정원 9명을 단 1명도 채우지 못해 충원율이 0%였다. 병원장 자리도 올해 8월 한창환 원장이 취임하기까지 지난해 8월부터 1년간 비어 있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의료진 부족으로 입원 환자들이 모두 퇴원해야 했던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병원 인력 중 유독 의사만 부족했다. 일례로 국립정신건강센터의 경우 약사(87.5%), 간호사(83.8%), 간호조무사(93.3%), 의료기사(71.4%), 진료보조인력(100%) 등은 70~100%가량 채워져 있다. 30%대인 의사 충원율과 차이가 크다. 다른 병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더구나 기간제 전문의(비공무원)는 정원이 1, 2명뿐인 데다 그나마도 채용이 안 돼 진료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환자 진료가 어렵고 공공의료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한계가 많았다. 2022년 입원 및 외래 진료 환자 수는 5개 병원 합계 19만7,271명으로 2019년(45만2,329명) 대비 43.6%로 반토막이 났고, 평균 병상가동률은 같은 기간 56.7%에서 26.6%로 하락했다. 진료 수입 역시 309억9,700만 원에서 193억5,200만 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복지부는 “정신건강사업과, 정신재활치료과, 노인정신과, 소아청소년정신과, 중독치료과 등 진료과 전문의 부재로 환자의 전문 영역별 진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으며, 국가 정신건강증진사업, 마약 등 중독치료, 정신응급 대응, 감염병병동 운영, 정책연구기능 등 공공의료 기능 수행에도 곤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의무직 결원의 주요 원인으로는 코로나19 대응과 제도 개선에서 비롯된 업무량 증가, 민간병원에 비해 낮은 급여 등이 꼽혔다. 실제로 2022년 의무직 공무원(일반임기제 4호, 10호봉) 평균연봉은 1억1,000만 원으로 의료기관 평균연봉(2억1,900만 원)의 절반(49.8%)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전문의 임금 현실화 등 처우 개선을 통해 의무직 이직을 방지하고 결원을 충원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인력 부족 문제는 강제(비자의적) 입원 적합성 심사 과정에서도 노출됐다. 보호자ㆍ지자체장에 의한 비자의적 입원은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입원일 3일 이내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신고하고, 위원회는 한 달 안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위원회는 정신과 전문의, 법률 전문가, 환자 가족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국립정신병원 5곳에서 실시한 입원 적합성 심사 8만9,306건 가운데 67.1%(5만9,897건)가 서면조사였고, 대면조사는 32.9%(2만9,409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에서 부적합으로 의결돼 퇴원 결정이 내려진 1,469건을 살펴보면, 서면조사는 39.1%(574건)에 그친 반면 대면조사는 60.9%(895건)에 달해 대면조사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복지부는 “입원적합성심사제도 도입 목적인 비자의적 입원에 정신질환자의 권리가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을 막고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도모하기 위한 심사가 내실 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면조사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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