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화가로 변신한 땅끝 해남 주민들…“아즉도 내겐 사랑이 있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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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어촌마을이었던 전남 해남군 송지면 영평마을은 지난해부터 마을 안 담벼락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테라코타(구운 점토) 작품 300여점으로 장식하며 이색적인 풍경으로 변했다.
지난해 43개 마을 주민 999명과 예술강사 102명 등 1100여명에 이어 올해는 24개 마을 주민 541명과 강사 76명 등 600여명이 참여했다.
마을 합창단, 공예, 시서화 등 평소 꿈꿔왔지만 기회를 접하지 못한 다양한 문화활동이 해남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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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어촌마을이었던 전남 해남군 송지면 영평마을은 지난해부터 마을 안 담벼락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테라코타(구운 점토) 작품 300여점으로 장식하며 이색적인 풍경으로 변했다. 임여사, 광암네, 소희 등 주민 별명을 써넣은 얼굴 작품부터 벽화에 테라코타를 붙여 입체적인 모습을 갖춘 꽃작품까지 다양한 볼거리가 생겼다. 어릴 적 보따리 하나 들고 시집오던 모습, 학창시절 친구들과 놀던 모습 등 마음속 추억도 조형물로 선보였다.
송지면 송종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말 사진집 ‘송종리 마을 사람들’(천년의시작)을 펴냈다. 박병두 작가가 촌장으로 있는 ‘인송문학촌 토문재’ 입주 작가들과 해남 공직자들도 힘을 보탰다. 책에는 사진과 함께 주민들이 직접 쓴 시 한 구절이 실렸다. ‘일하다 잠시 허리를 평게 먼 곳이 뵈네’(용석근 작 ‘먼 곳’), ‘어느 마라토너 못지않게 달릴 수 있당게 그리고 아즉도 내겐 피울 불꽃 사랑이 있지라’(최정수 작 ‘제2의 청춘’) 등 일상의 순간과 감상을 짧은 시로 표현했다. 작품 속 시는 마을 벽화로도 제작돼 발길을 끌고 있다.
해남군 지역문화활력촉진사업단은 “지난해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 활력촉진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 호응을 얻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43개 마을 주민 999명과 예술강사 102명 등 1100여명에 이어 올해는 24개 마을 주민 541명과 강사 76명 등 600여명이 참여했다. 이중 영평마을과 송종마을 등 9개 마을은 2년 연속 참여했다.
이 사업은 마을 주민들이 하고 싶은 문화사업을 선정하고 전문가 자문을 받은 뒤 직접 기획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마을 합창단, 공예, 시서화 등 평소 꿈꿔왔지만 기회를 접하지 못한 다양한 문화활동이 해남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해남군은 참여 주민 75%가 65살 이상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림 강사로 참여한 조일옥씨는 “생전 처음 붓을 잡아본 할머니들은 누가 떠들기라도 하면 ‘나 그림 집중한께 조용히 하쇼’라고 그림 그리기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며 “평생을 농사만 짓고, 바닷일만 하던 손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쓰며 ‘새롭게 태어난 것 같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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