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과 흥망성쇠 함께한 34년 된 ‘동인천역 민자역사’ 헐린다
빈 건물로 14년간 방치돼 흉물로 전락한 경인전철 동인천역 민자역사가 철거되고 상업과 업무 기능을 갖춘 민자역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은 동인천역 민자역사에 입주해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화상경륜장이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 복합개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는 “이후 사업자가 선정되면 노후화된 동인천역 민자역사를 2025년쯤 철거하고 복합개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인 동인천역 민자역사는 2009년 쇼핑몰 영업이 중단된 뒤 4·5층에 있는 화상경륜장이 영업 중이다. 민자역사는 현재도 임차인 보증금과 건설사들 유치권 대금 등이 정리되지 않아 각종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 중구 경인전철 동인천역 민자역사는 서울역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지어진 민자역사다. 동인천역 일대는 과거 인천 경제 중심지로 지역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인천의 유일한 철도였던 경인전철이 다니던 동인천역은 중구와 동구의 경계에 있다. 동인천역 앞 삼거리를 거치면 월미도와 신포동·인현동, 삼치거리는 물론 세숫대야 냉면거리도 갈 수 있다. 동인천역부터 신포동까지 수백 개의 지하상가로 연결된 인천 교통의 요충지다.
특히 1989년 민자역사에 ‘인천백화점’이 개점하면서 호황기를 누렸다. 인천백화점은 당시 부평 동아씨티백화점, 간석동 희망백화점과 함께 인천 3대 백화점 중 하나였으며 젊은이들의 만남의 장소로 서울에서도 찾아올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인천 곳곳에 신도시가 조성돼 상권이 이동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여파로 인천백화점이 폐업하면서 동인천역 민자역사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7년에는 민자역사 점용허가 기간인 30년이 종료돼 국가로 귀속됐다.
동인천역 민자역사는 이렇게 쇠퇴한 원도심의 버려진 건물로 전락했다. 민자역사가 오랫동안 방치되면서 주변 상가들도 문을 닫았고 현재 ‘임대 문의’ 안내문만 붙어있다. 민자역사로 연결된 통로가 폐쇄돼 철도 이용자들도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다.
19년간 민자역사 인근서 상점을 운영해온 A씨는 “동인천역 민자역사 주변은 상가 등 모든 거래가 끊겨 부동산 중개소도 없다”며 “낮에도 인적이 드문 데다 유동인구가 없어 지하상가도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40년간 상점을 운영한 B씨는 “민자역사를 헐고 복합개발을 추진하면 주변의 낡고 오래된 상가들도 재개발에 나서 다시 옛 명성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동인천역 민자역사가 철거된다고 쇠락한 원도심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철거 후 복합건물은 행정체계 개편으로 생길 제물포구의 신청사나 인천시·중구·동구의 산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 업무 중심으로 시설물을 활용해야 인구가 유입돼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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