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화재로 악몽…"40분 동안 베란다서 수건 적시고 아내와 대기"[르포]

유민주 기자 홍유진 기자 2023. 12. 25. 15: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연기가 아직 덜 찬 바깥 베란다로 나가서 문을 바로 닫고 거기서 수건에 물을 적시고 버티고 있었어요. 거의 한 40분을 그러고 있었어요."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이던 25일 크리스마스 새벽이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동네 주민에게는 악몽이 됐다.

이날 오전 5시20분쯤 잠이 한순간 달아날 만큼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깼다는 70대 주민 A씨는 "깨자마자 집 앞에 나와보니까 문이 다 새까맣게 그을러 있었다"며 아직도 당황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고자 포함 30대 남성 두 명 사망…10층 주민 최초 신고자로 추측
"갑자기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에"…"나와보니 문이 새까맣게 그을러"
25일 오전 4시 57분쯤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소방 당국은 오전 5시4분쯤 선착대 도착 후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차량 57대와 인력 222명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고 주민 200여명을 대피시켰다. 불은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인 8시40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의 모습. 2023.12.2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홍유진 기자 = "연기가 아직 덜 찬 바깥 베란다로 나가서 문을 바로 닫고 거기서 수건에 물을 적시고 버티고 있었어요. 거의 한 40분을 그러고 있었어요."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이던 25일 크리스마스 새벽이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동네 주민에게는 악몽이 됐다. 슬리퍼 차림에 패딩 점퍼를 입은 11층 주민 이모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이씨는 "아내는 그때 연기를 마셔서 고대 병원에 갔다"며 "자전거까지 새까맣게 탔는데 사이렌도 울리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5시20분쯤 잠이 한순간 달아날 만큼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깼다는 70대 주민 A씨는 "깨자마자 집 앞에 나와보니까 문이 다 새까맣게 그을러 있었다"며 아직도 당황스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화재가 난 동 앞으로 나온 이웃 주민들도 하염없이 그을린 외벽을 올려다봤다. 새벽 아파트 3층 내부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 화재로 2명이 숨지고 현재까지 30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봉구청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연기는 19층까지 타고 올라갔다. 불은 2층과 4층 세대와 계단 쪽에 옮겨붙었다. 이 불로 신고자를 포함한 30대 남성 2명과 70대 여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그중 4층과 10층 주민인 남성 2명은 사망 판정을 받았고 여성은 의식을 회복해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10층에 살던 30대 남성은 화재 사실을 알리려 11층으로 올라가던 중 계단에서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최초 신고자는 이 남성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새벽 이곳을 지나갔다던 마을버스 기사 B씨는 "여기 도착한 경찰과 소방차들을 보고 무슨 합동 훈련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고 고개를 떨궜다.

17층에 살고 있다는 주민 C씨는 "불길이 거의 다 사라지고 사고를 알게 됐다"며 "갑자기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서 의아했는데 나와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4시57분쯤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오전 5시4분쯤 선착대 도착 후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차량 57대와 인력 222명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고 주민 200여명을 대피시켰다.

도봉구청은 이날 오전 6시15분쯤 통합지원본부 및 현장응급의료소를 꾸리고 아파트 인근에 이재민 임시 대피소를 설치했다. 현재 아파트 인근 대피소로 지정된 모텔 객실에는 총 6가구가 대피 중이다.

주민들은 대피 과정에서 다치거나 연기를 흡입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일부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youm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